"부시, 취임하자마자 후세인 제거 계획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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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는 2001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사담 후세인 제거 계획에 착수했다."

부시 행정부의 첫 2년간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폴 오닐이 11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 취임 후 2년의 정책결정 과정과 에피소드 등을 담은 '충성의 대가(The Price of Loyalty)'라는 책 시판을 앞두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오닐 전 장관은 "부시 정권은 처음부터 후세인을 '나쁜 놈(bad person)'으로 보고 제거 대상으로 꼽았다"고 말했다. 이는 부시 정권이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이라크 공격을 계획했다는 종전의 주장을 뒤집는 것으로 주목된다.

13일부터 판매될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였던 론 서스킨드가 쓴 것으로, 오닐의 증언을 큰 줄기로 삼고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저자인 서스킨드는 "오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보여준 자료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취임 후 첫 3개월 동안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력 동원 방법과 그 이후의 치안유지.전범재판소.유전 복구 등에 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확인한 백악관 메모 중에는 '후세인 이후의 이라크 (재건)계획'이란 비밀문건이 있었으며, 국방부 문서 중엔 '이라크 유전개발을 담당할 적격 외국 업체들'이란 제목의 보고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닐은 이 책의 시판을 앞두고 11일(현지시간) 오후 7시 CBS의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CBS는 10일 녹화한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 여기서 오닐은 부시 대통령이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에 대해 "귀머거리로 가득 찬 방의 장님 같았다"고 혹평했다. 오닐은 부시 행정부의 국무회의에는 토론다운 토론이 없었으며, 부시 대통령은 장관과의 1대1 면담에서도 장관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정도로 주의가 산만했다고 꼬집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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