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24시] KEC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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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KEC(옛 한국전자)는 대표이사가 3명이다. 지난해 12월 말 영업담당 대표이사 사장직을 별도로 둬 이 자리에 이인희 전 총괄사장을 앉혔다. KEC그룹의 곽정소 회장, 이 사장, 그리고 장동 총괄 사장 모두 회사의 얼굴이 됐다. 이는 반도체의 영업을 강화하는 포석이다.

흑백TV와 전자 오르간 제조업체로 이름이 더 알려졌지만 반도체 쪽으로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소형TV, 디지털 피아노, 삐삐용 소형 LCD 등 사업 부문을 최근에 정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곽 회장은 지난 5일 그룹의 21세기 비전으로 '세계 초우량 반도체 전문회사'를 표방했다.

◇반도체 사업 어떻게 확대하나=KEC의 반도체사업은 연산 등 정보 처리용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일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다르다. 주력 상품은 SSTR(소신호용 트랜지스터)다. 이는 텔레비전의 전원을 켜거나 끌 때, 볼륨을 조절하는 전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TV 한 대에 30~40개씩 들어간다. 한개에 수십원에서 수백원하는 부품이다. 하지만 2002년에 월평균 13억개를 만들어 2천1백억원어치를 팔았다. KEC 매출의 70%쯤 된다.

KEC의 지난해 SSTR 점유율은 세계 4위 수준. 한국의 삼성.LG는 물론 일본의 마쓰시타.소니 등 내로라 하는 전자업체들이 사간다. 2007년에는 월 30억개를 공급하는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이 분야 선두 업체인 일본의 롬(Rohm)사를 앞지르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중국에 2개 공장을 더 짓고 있다.

◇모국(母國) 전자산업에 일조=곽 회장은 재일교포 2세다. 창업주인 곽태석 회장(1981년 작고)이 일본에 있을 때 태어났다. 한국어보다는 일본어가 더 자연스럽다. 아내도 일본인이다. 하지만 부친의 유업을 이어 받아 반도체 등을 내세워 모국에 핵심 전자 부품 생산기술의 터를 닦겠다는 의지가 있다. 그는 일본에서 공과 대학을 나왔고 무선조종 모형 비행기를 손수 조립할 정도로 기계와 전자제품에 대한 식견이 남다르다.

그의 부친은 69년 일본 도시바(東芝)와 절반씩 투자해 KEC의 전신인 한국도시바를 세웠다. 라디오의 소리를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경북 구미 전자 공단에 처음으로 둥지를 틀었다. 74년 한국전자주식회사로 회사 이름을 바꿨고 97년 KEC그룹으로 재편했다.

◇세계를 향한 '공격경영'=곽회장은 최근 3월 결산법인이던 회사의 회계 체제를 12월 결산으로 바꿔 놨다.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인 전자 분야의 대기업과 어깨를 겨루겠다는 계산이다. KEC는 지난해까지 매출 1천5백억원 정도의 사업을 정리했다. 그래서 2002 회계연도의 매출액(5천3백억원)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수익성은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EC 측은 "증설 중인 중국 공장이 올부터 돌아가면 손색없는 반도체분야의 전문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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