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소리 없는 추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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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3국 하이라이트6>
○ . 윤준상 6단(도전자) ● . 이창호 9단(왕 위)

장면도(74~85)=조용한 중반전. 흑이 약간 앞선 가운데 바둑판은 소강상태에 들어 있다. 중천의 뜨거운 햇빛을 피해 병사들이 잠시 건물 속으로 숨어 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암중으로 몇 가지 신경을 긁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우선 74. 윤준상은 벌써 두 번째 이곳에서 응수를 묻고 있다. 이창호 9단은 75로 꽉 막아 버린다. '참고도1'처럼 백1로 젖혀도 흑2, 4의 유명한 맥점이 기다리고 있어 걱정 없다는 생각이다. 진짜 이대로 죽어 버리면 백의 손해가 명백한데 과연 그럴까. 아무 맛도 없는 걸까.

76의 치중수도 짜릿하다. 77로 A의 도강을 막았으나 한 점 잡히는 수가 남았으니 이 자체로 흑은 당했다. 백은 소리 없이 꿈틀대면서 조금씩 다가온다.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감지된다. 하지만 이 9단은 공배가 될지도 모르는 중앙에 두 수(81.83)나 쓰고 있다. 두텁기는 하지만 그 바람에 82의 요소를 막혔다.

(김지석4단)="백은 귀의 사활을 노리고 있습니다."

'참고도2' 백1.3을 선수한 뒤 5로 뻗어 잡으러 가는 수를 말하고 있다. 백도 약점이 있어 당장은 안 되지만 윤준상 6단의 수들이 가시처럼 노림을 품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창호 9단은 중앙 백의 발호만 견제하면 집은 충분하다는 자세. 시종일관 두텁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바둑은 심리전의 성격이 강해서 약간의 우세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혹시 흑이 너무 태평인 것은 아닐까. 만약에 우하귀에서 수가 나기라도 한다면? 갑자기 좌변을 빙 돌아간 백집이 무척이나 커 보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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