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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피서, 신나는 레게 리듬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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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글=정현목 기자, 강준규 인턴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2집 낸 ‘윈디시티’ 친 자연적·인간적 사운드 … 발장단 절로

 버스 라이더스, 아소토 유니온을 거치며 레게 색깔이 더욱 짙어진 밴드 윈디시티.
 일본에서의 음반 발매, 다양한 해외 페스티벌 참여 등으로 해외에서 지명도가 더 높다. 가장 나이 많은 멤버 김태국(39·베이스)과 가장 어린 멤버 정상권(23·퍼커션)은 무려 16살 차이. 모두 30대인 이 밴드에서 유일한 20대인 정씨는 리더 김반장(32·본명 유철상·보컬 및 드럼)의 팬이었다. 김반장이 윤갑열(31·기타)과 활동했던 아소토 유니온 때부터 쫓아다니다 기회를 틈타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세션으로 밴드에 참가했다가 결국 멤버가 됐다.

 “고등학생 때 아소토 유니온의 음악을 듣고 펑키한 사운드에 깜짝 놀랐어요. 힙합에만 빠져 있던 귀가 확 열리는 느낌이었죠. ‘이것이야말로 음악의 원류구나’ 라고 생각해 아소토 유니온을 쫓아다녔죠.”

 레게의 토양이 척박한 국내에서 이들이 레게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

 “레게의 역사는 곧 대중음악의 역사예요. 케미컬 브러더스, 매시브 어택 등도 레게를 했던 밴드죠. 어떤 사운드도 뿌리를 파고 들어가 보면 레게가 자리 잡고 있어요. 레게가 언젠가 사람들의 귀를 활짝 열어줄 거라고 확신합니다.”(김태국)

 이들이 최근 내놓은 2집 앨범 ‘컨트리맨스 바이브레이션(Countryman’s Vibration)’은 흙과 자연이라는 레게의 근본에 더욱 충실한 느낌이다. 가벼운 발장단을 치게 만드는 레게 비트에 친자연적인 삶의 태도가 녹아 있다. 전남 담양군 청평면의 한옥에서 찍은 앨범 재킷 사진은 이번 앨범의 컨셉트를 잘 말해 준다.

 ‘우리시대’와 ‘프리덤 블루스’는 반전 등의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곡. 이것도 이들에게는 레게의 일부다.

 “레게는 원래 저항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레게의 고향인 자메이카가 400년간 식민지배를 당했기 때문이죠.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원초적인 음악으로서 반(反) 인간적·자연적인 것들에 날을 세울 수밖에 없죠. 모든 노래에 메시지를 담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눈을 감고 싶지도 않습니다.”(김반장)

 윈디시티의 음악은 아소토 유니온 때보다 ‘검은 물’이 다소 빠진 듯하다는 평가다. 멤버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아소토 유니온 때는 배타적으로 흑인 음악만을 팠었죠. 언젠가 흑인 음악에 대한 생각을 흑인 뮤지션들에게 얘기했더니 ‘너무 좁게 보고 있다’며 웃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중요한 것은 열린 생각이라는 것을. 레게만 해도 더 이상 흑인만의 음악이 아닙니다. 북유럽의 레게 밴드는 두꺼운 파카를 입고 연주를 하죠.(웃음) 레게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할 겁니다.”(윤갑열)

2집 낸 ‘쿤타 앤 뉴올리언스’

하우스·재즈·팝록·힙합·솔…
맛나게 버무린 퓨전 음악 요리

 앨범 재킷 사진을 보면 레게의 본고장 자메이카에 가서 찍은 듯했다. 쪽빛 바다와 사탕수수처럼 보이는 무성한 풀밭.

 하지만 부산에서 찍었다고 한다. 이들의 음악도 그렇다. 자메이카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지만, 레게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음악’을 추구한다. 하우스·재즈·팝록·힙합·솔 등 레게에 섞어 넣는 음악적 재료도 다양하다.

 이들은 2인조 남성 듀오 ‘쿤타 앤 뉴올리언스’다.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을 하던 25세 동갑내기 쿤타(안태현·보컬·(左))와 뉴올리언스(최성범·프로듀서 겸 MC)가 합쳤다. 최근 내놓은 2집 앨범 ‘내비게이션’에선 더욱 세련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감성이 더욱 농밀해졌다. 타이틀곡 ‘태양’은 1집보다 더욱 색깔이 짙어진 레게 리듬에 솔과 랩을 맛깔나게 다져넣은 노래. 한마디로 여행갈 때나 피서지에서 듣기에 딱 좋은 음반이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내비게이션’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들의 외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레게 머리다.

 “멋있다는 말과 비위생적이라는 말을 함께 들어요. 하루만 일정이 비면, 깨끗하게 빨아서(?) 햇볕에 말리고 싶어요.”(쿤타)

 “창을 할 때 한복을 입지, 청바지는 안 입잖아요. 시각적 효과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죠.”(뉴올리언스)

 이들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겉멋만 들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만만찮은 내공 때문이다. 이들은 1집 앨범의 ‘홀딩 온’으로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힙합싱글상을 받았다. 최근 시 낭독 TV프로그램에 출연, 시인 김용택의 시를 레게풍 노래로 만든 것도 화제가 됐다. 무엇이 힙합을 하던 이들을 레게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레게는 느린 취기가 묻어나는 나른한 음악이에요. 그런 여유에서 창의적인 힘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쿤타)

 “듣고만 있어도 행복해져요. 자살률을 낮추는 데도 레게가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뉴올리언스)

 이들은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못하는 ‘음악적 혼혈아’의 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흑인 음악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 종자를 만들어낸다는 자부심 때문에 계속 음악을 한다고 말했다.

 “장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그냥 좋은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우리 음악은 퓨전요리인 ‘흰 짬뽕’과 같아요. 어떤 재료로 만들든지 맛있기만 하면 되잖아요.”(쿤타)

 “업무가 바빠서 휴가 못 가시는 분들은 회사 옥상에 올라가 우리 음악을 들어보세요. 바로 그곳이 피서지가 될 거예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웰빙 음악이 바로 레게죠.”(뉴올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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