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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왜 미국산 쇠고기서 뼈 자꾸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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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산 쇠고기에서 수입이 금지된 뼈가 자꾸 나와 말썽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뼛조각이 발견되더니 지난달엔 마침내 척추뼈까지 나왔다.

특히 척추 속 척수는 광우병 위험물질로 분류돼 절대 수입돼서는 안 되는 부위다. 뼈는 수입도 수출도 않기로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해 놓고도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미국의 쇠고기 수출 작업 시스템을 문제로 꼽았다.
 카길 등 미국 육류 수출업체들이 미국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 쇠고기를 분류하지 않고 한꺼번에 도축하는 것이다. 도축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다음 단계인 가공 및 선적 과정에서 내수용과 수출용이 섞이는 실수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등뼈 고기도 ‘티본 스테이크’용으로 가공된 미국 내수용 쇠고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의 저학력 일용직 노동자들이 다량의 쇠고기를 잘못 분류해 빚어진 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실수를 원천봉쇄하기 어렵다면 일본의 예를 참조할 만하다.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한다. 도축부터 선적까지 미국 내수용 쇠고기와는 별도로 이뤄진다. 애초에 미국 내수용 쇠고기 뼈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정부 “안전성에는 문제 없다” 주장=이번 ‘등뼈 파문’ 이전에도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뼈가 나온 것은 지난해 말 이후 여섯 차례에 이른다. 미국 내수용이 한국 수출용으로 둔갑해 들어온 것도 세 차례다. 검역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수입된 전체 32만 박스(5000여t)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다이옥신이 검출된 1박스를 포함해 총 10박스”라며 “문제된 물량만 갖고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모두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으로 돼지고기를 수출하던 2003년 이전에도 돼지고기에 바늘이 섞여 있어 반송되거나, 뒷다리를 앞다리라고 표기해 보내거나 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었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에 들어온 쇠고기는 전체 물량이 ‘X레이’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일정 크기 이상의 뼈가 유통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농림부는 일단 미국 측의 해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들어본 후 수입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출 중단까지는 이르지 않을 전망이다.

농림부 나승렬 홍보관리관은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미국 내 광우병 위험이 악화됐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수입 중단에 해당하는 사안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한 영국 ‘돼지고기’ 수입 금지=농림부는 6일 구제역(소·돼지 등 발굽이 두 쪽으로 갈라진 동물에서 발생하는 급성전염병) 발생 사실을 영국 정부가 공식 통보해 오면 영국산 돼지 관련 축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림부 측은 “지난 3일 영국 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BBC방송 보도에 따라 영국 정부에 사실 확인 조회를 요청했다”며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영국산 돼지와 그 생산물에 대해 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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