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대일정책 안보 따로 경제 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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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클린턴정부 출범이후 미국과 일본간의 무역마찰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행정부 내 「일본팀」의 면면과 행동방식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대일정책은 한국을 작은 일본쯤으로 여기는 미국의 대한정책방향을 가늠케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경제전문지 동양경제가 최근호(5월22일자)에 게재한 「결과주의의 연출자-미정권 일본팀의 내막」이란 분석기사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 89년 차세대전투기사업(FSX)에서 방위·항공기술의 일본이전이 문제가 되었을 때 부시행정부는 국무부의 주도아래 안전보장문제를 강조, 기술이전에 반대하는 경제부처의 반발을 누를 수 있었다.
무역역조 등 경제문제가 당시도 심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냉전구도하에서 안보는 항상 경제이전의 문제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전구도가 무너지고 클린턴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정부 내의 정책우선순위와 부처간의 영향력에 큰 변화가 생겼다.
현재 미국 행정부의 대일정책은 안보와 경제를 분리, 별개 문제로 접근하는 「투 트랙(Two Track)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안보정책은 중국대사출신인 윈스턴 로드 국무부 동아시아담당차관에 의해, 경제정책은 월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클린턴의 선거참모를 지낸 로저 앨트먼 재무부부장관에 의해 각각 입안된다.
대일정책에서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방식」은 클린턴정부 출범이후 2개월여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경제회의(NEC)가 합동회의를 열어 각 부처의 입장을 조정, 토의한 결과 이뤄진 것 이다.
샌디 버거 대통령안보담당차석보좌관과 보먼 카터 대통령경제담당 차석보좌관이 공동의장을 맡아 주재했던 이 회의에서 국무부와 재무부를 비롯한 각 부처의 실무관료들이 각종 대일정책방향을 제시했지만 과거와는 달리 재무부와 NEC의 위상강화로 경제부처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경제분야에서는 실무교섭을 맡고있는 존 로와겐 상무부부장관, 샤렌 바르셰프스키 무역대표부(USTR)차석대표, 존 스패로 국무부경제담당차관 외에 로라 타이슨 경제 자문위원회(CEA)위원장, 앨런브라인더 CEA위원, 로버트 킬 NEC보좌관 등이 주요 멤버로 참여했다.
이들은 오랜 논의 끝에 안보관련 관료들의 목소리를 누르고 대일정책에 있어 「경제문제가 최우선한다」는 기본방향을 세웠다.
이에 따라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평가하고 있는 미일 반도체협정과 같은 형태의 「수입목표량설정방식」을 자동차·컴퓨터·전기기기 등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무역역조 시정을 위해 이러한 설정목표들에 대한 「측정 가능한 성과」를 일본측으로부터 보장방아야 한다는 정책방침도 결정했다.
미국의 대일경제정책은 거시정책이냐 미시정책이냐에 대해서도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엔고의 유지와 일본 내수확대 요구 등 거시부문은 로런스 서머스 재무차관,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 등이 주도하고있으며 미키 캔터 USTR대표와 보먼 카터 보좌관 등은 통상정책자문위원회(ACTPN)의 자문 등을 받아 일본과의 부문별 교섭에서 수량목표의 설정을 요구하는 등 미시적인 부문에서의 강경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 속에 국무부경제담당차관이 맡아보던 서방선진7개국(G7)회담에서의 정책조정업무를 최근에는 NSC와 NEC 양쪽의 보좌관을 겸하고 있는 로버트 파우버가 맡게 됐으며 과거 자유무역원칙을 견지해 왔던 CEA도 타이슨위원장 등장이래 결과중시형 정책을 채택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어 대일경제정책에서 이른바 「관리무역」이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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