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이에 사랑 베푼 이웃에 정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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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며칠전 일이다. 세살짜리 우리아이가 골목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비탈길에 넘어진 일이 있었다. 그때 자전거 뒤에 탄동네 여자아이도 그만 같이 미끄러졌다. 뛰어나가 보니 둘다 팔꿈치와 무릎·얼굴이 온통 다벗겨졌다. 집에 데려와 소독약과 연고를 바르는데 아이들은 아프다고 마구 울어댔다.
대충 응급조치를 끝내고 그 아이집을 찾아가면서 걱정이 앞섰다. 어쨌거나 남의 집 귀한 딸을 다치게 했기 때문에. 그런데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그 딸아이엄마는 어쩔줄 몰라 하는 내게 오히려『애들이 놀다가 그럴 수도 있죠. 그러면서 자라는 거죠』하고 안심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난 우리 아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으니 우리에게 책임이 있노라고 차후에 이상이 있으면 우리집으로 데려오라고 집과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이틀후 그 아이의 엄마가 소쿠리에 새파란 미나리를 잔뜩 담아들고 찾아왔다. 딸아이 할머니께서 미나리 농사를 크게 짓는다며 맛보라고 가져왔다는 것이다. 딸 아이 얼굴엔 아직도 상처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애 엄마는 우리 아이를 보며 많이 나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요즘처럼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자기 아이만 최고라는 이기적인 우리네 생활속에서 아직도 그 딸아이 엄마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내 아이, 네 아이 따지지 않고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이 곧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김경혜<경기도성남시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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