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설비,신뢰가 문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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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시설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인 거부반응은 그 시설이 가져올지도 모를 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환경시설을 설치하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시설의 안전성이 완벽하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설득하는 일이다. 우리의 경우 설득할 수 있는 입증자료는 부족한 현실인데 주민들의 반대에 유리한 근거자료만 늘어나고 있는데에 환경행정의 어려움이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쓰레기매립장의 오수피해사건도 그 사례의 하나다.
성남시가 분당구 금곡동에 건설한 쓰레기매립장의 오수가 정화되지 않은채 농수로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인근주민이 피부병을 앓는가 하면 화훼농작물이 말라죽고 악취가 심해 주민들이 농성중이라고 한다(중앙일보 5월28일자 보도). 작년 6월 매립장 착공에 앞서 성남시당국은 정화시설을 가동해 침출수를 완전정화시켜 배출하겠다는 약속을 지금껏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환경시설에 대한 당초의 약속을 어긴 사례는 성남시의 경우에 국한된게 아니다. 김포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침출수무공해처리를 약속했던 환경처가 오수공해를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해놓고서 그 결과가 유해성을 입증하자 평가결과분석이 잘못된 것으로 몰아붙이며 어거지를 부리는 꼴이 되고만 것이다. 어느 경우나 정부의 환경시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환경시설 입지선정 때의 주민에 대한 약속과 건설후의 운영·관리사이에 앞뒤가 안맞고 격차가 난다며 앞으로 어느 국민이 정부의 약속을 신뢰할 것이며,환경정책은 무슨 수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주민의 반발로 입지선정도 못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폐기물 처리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목동과 상계동의 쓰레기소각장 설립은 어떤 논리로 주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수많은 산업시찰과 환경설비를 건설해야 할 정부가 이렇게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오리발을 내민다면 불신의 뿌리만 더욱 커갈 뿐이다.
환경문제는 이제 인근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지구적인 관심사이고 국제적인 규제대상으로 대두된 환경문제를 우선 먹기식 사탕발림으로 대응하려는 환경당국의 발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고쳐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약속했던 오염정화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가동시켜 주민과 농작물의 피해를 제거함으로써 주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환경설비가 과연 환경당국의 약속대로 주민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더라는 실제적인 선례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환경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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