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효과 적은 야립광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굳이 TV나 신문·잡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하루종일 광고를 보면서 지낸다. 거리의 빈 공간마다 빌보드라고 불리는 광고판이 들어서 있고 옥상에는 광고탑이 세워져 있다. 고속도로를 가다 보이는 들판이나 야산에도 예의는 아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TV광고 등은 수십개까지 기억하면서도 야립광고는 한두 개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
기억한다고 해봐야 최근 일부지역에 새롭게 설치된 박카스·포카리스웨트의 모형광고나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 설치된 꼬마가『아빠가 먼저 양보하세요』라고 말하는 현대자동차의 광고판(실제로 이 광고는 교통체증이 극심한 이 지역의 특성상 계몽차원을 떠나 현대차의 이미지를 높이고 광고노출시간도 길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다) 정도다.
색깔이 바래고, 이리저리 훼손되고 내용 또한 별볼일 없는데 누군들 제대로 된 눈길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외국의 광고판을 보자. 미국의 강력 접착제회사인 오페럴사는 대형 야립 광고판 중간에 아예 실제 승용차를 붙여놓았다. 그 아래에는『(승용차는)물론 떨어진 커피포트 손잡이도 붙여줍니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88년 미대통령선거전 당시「보스턴 글로브」라는 신문사는 광고판에 13명의 양당후보 이름을써놓고 선거전의 양상에 따라 탈락하는 후보의 이름을 하나하나씩 지워나갔다. 그 길을 매일 지나는 사람들은『오늘은 누가 지워졌을까』가 최대 관심사였다.
어떤 국내 광고인은『왜 우린 이런 광고판이 없느냐』는 물음에 자신들의 창의력이나 노력부족대신 흔히들 광고주들이 광고판에는 관심이 없고 광고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반론은 간단하다.
『그렇다면 TV광고는 광고판처럼 천덕꾸러기도 아니고 광고효과나 광고주들의 관심도 큰데 왜 외국광고를 표절하다 나라망신까지 시키는 일이 일어나느냐』는 것이다. <이효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