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필요한 균형개발 노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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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계청이 처음으로 도내 총생산(GRP)에 관한 자료를 내놓았다. 5년전에 올림픽까지 치르고 국제통화기금 총회까지 개최된 우리나라에서 지역별 경제력 규모를 가늠하는 통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은 그 자료 자체가 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주요 지역의 불균형 성장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같은 부담이 아직도 줄어들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통계청이 관계 자료를 지시하고 이를 정책수립의 판단요소로 삼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성된 통계를 정권에 이익이 되면 발표하고 불리한 경우 이를 비밀사항으로 처리하려드는 지금까지의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도내 총생산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91년 광공업 생산은 수도권이 전국의 43.3%,건설과 서비스 등을 포함한 3차산업의 비중은 무려 50%를 넘어섰다. 더욱이 이러한 현상은 85년에 비해 심화되고 있으며 하다못해 농림어업 부문에서조차 수도권의 비중이 높아졌다. 농업 및 원양어업에 관련된 회사들도 서울 쪽에 본사를 두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5공화국이나 6공화국 1기 정부가 그토록 역점을 두었던 지역균형개발정책 공약이 별 실효가 없었음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져왔던 영·호남 지역간의 불균형은 지난 7년동안 다소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별 산업구조도 농업의 퇴조와 함께 건설·서비스업을 포함한 3차 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런 과정에서도 중부권과 강원도를 비롯한 지역간 경제력 격차는 여전히 심해 사회적 갈등을 빚을 요인으로 잠복되어 있다.
신정부가 거듭 밝힌 지방분권화의 선언과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지역간 균형발전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별 경제력을 이번 통계가 보여주듯 단순히 생산측면에서만 보지 않고 분배 및 지출 측면에서도 파악한다면 앞으로 범정부적인 차원에서의 정책조정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연구기관의 한 보고서는 수도권의 투자비율을 줄이고 지방의 경우를 늘리면 중장기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더 향상되며 지역간 소득격차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3년전에 대통령 직속의 지역균형발전기획단도 이를 정책으로 구현하기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 조직은 소리만 요란했지 별 성과없이 해체되었다. 지방 육성정책의 성공은 한정된 국가지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국제경제전쟁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일관성있는 정치력에 달려있다. 우리의 발전에너지는 거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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