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책회의속 입다문 검찰/슬롯머신 배후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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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건개고검장 “자진출두형식”내부 결정/박의원 혐의부인에 신성일씨 소환 검토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의 내부비호세력에 대한 검찰의 자체수사는 언론의 계속된 보도에도 불구하고 검찰간부들이 일절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한채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이건개대전고검장이 23일 밤 각 언론사로 전화를 걸어 『나는 24∼25일중 소환되지 않을것』이라고 말해 『소환대상자가 어떻게 자신의 소환날짜를 알 수 있느냐. 검찰 내부에서 뭔가 묵계가 이뤄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슬롯머신의 배후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검장들의 수사를 맡게된 대검중앙수사부는 『어쩌다 우리가 이런 악역을 맡게됐느냐』며 침통한 표정들.
김태정중수부장은 이건개고검장의 수뢰설이 보도된 직후부터 일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채 괴로운 표정만을 지었고 중수부의 1∼4과장들도 『과거에 모시던 상사를 어떻게 취조하느냐. 제발 이 사건이 나에게 배당되지 않기만을 빈다』며 고충을 토로.
검찰수뇌부는 이같은 중수부 과장들의 하소연을 받아들여 결국 이 사건을 특정과에 배당하는 대신 1∼4과를 모두 동원해 ▲정덕일·신길룡경정등 관련자 소환 ▲계좌추적등 역할을 분담하기로 결정.
○…검찰수뇌부는 이 고검장의 공식소환을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하느냐에 대해 고심했으나 결국 자진출두형식으로 해야한다는 내부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
박종철검찰총장·김도언대검차장·김 중수부장등 검찰수뇌부는 일요일인 23일 오전10시부터 오후1시까지 총장실에서 마라톤회의를 열고 ▲이고검장 공식소환시기와 방법 ▲나머지 슬롯머신 관련 검사들의 처리방침 ▲실추된 검찰위상 재정립 방안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이 자리에서 이고검장을 포함한 슬롯머신 관련자들은 사법처리·중징계가 불가피하며 가능한한 빨리 수사를 마치고 총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방안등에 대해 잠정적인 합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슬롯머신 수사와 관련,검찰에 협조했던 정덕진씨의 동생 덕일씨의 처리방법을 놓고 검찰수뇌부는 당초 구속방침을 정했으나 주임검사인 홍준표검사가 이에 강력 반발,결국 불구속처리키로 결정했다.
검찰은 당초 『수사필요상 더 큰 배후를 밝히기 위해서는 비록 범법자라해도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검사들의 일반적인 여론을 받아들일 방침이었으나 언론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검찰수뇌부가 『더 이상의 잡음을 피하기 위해 구속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러나 이에대해 홍검사가 『그렇다면 수사는 이제 못한다』며 강력히 반발해 결국 불구속으로 방침이 바뀌었다고.
○…검찰은 박철언의원이 정덕일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홍여인의 평창동 집에서 자주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영화배우 신성일씨와 나창주 전의원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할 것을 신중히 검토.
신씨는 영화사를 차리면서 평소 연예계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던 정덕일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소문이 충무로에 파다했을 만큼 정씨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는데 박의원도 검찰에서 정씨를 홍여인으로부터 소개받을 당시 『신씨로부터 당신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진술했을 정도.
나 전의원은 박의원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 핵심참모로 일했던 정치학자로 박 의원과 홍 여인이 강남의 모룸살롱에서 술을 마실때 합석한 적이 있으며 그뒤에도 홍여인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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