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캠프200㎏ 고무보트 들고 … 뛰고 나약한 정신력 때려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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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소해 2만6000여 명의 학생이 거쳐간 해병대 캠프는 유격.산악 및 해상 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하다. 2일 해병 여름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포항 앞바다에서 극기훈련을 하고 있다.[해병대 제공]


2일 오후 3시 포항시 장기면 해병대 유격훈련장.

"철모 끈 조이고 병기는 견고히, 교관.조교 지시에 절대 복종…." 산 속 유격장에 10, 20대 여성들이 호랑이 교관으로 불리는 김종선 중사의 명령에 안전수칙 판에 적힌 글을 있는 힘을 다해 외친다. 이어 8m 높이의 구조물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레펠 훈련이 시작됐다. 검게 탄 얼굴에 눈동자만 반짝거린다.

10대에서 70대까지 남녀 교육생이 폭염과 싸우며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해병대 캠프'의 모습이다. 교육생(77기)은 모두 413명. 이들은 최근 해병대 측의 교육생 모집에서 3.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캠프에 들어왔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해병대 캠프 입소자는 3일까지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훈련, 상륙용 고무보트(IBS) 훈련, 각개전투, 공수.유격 기초훈련 등 군사훈련을 받는다.

1997년 시작된 해병대 캠프는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참가 인원만 2만6000여 명에 이른다. 강한 정신력을 기르고 도전정신을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해병대가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름과 겨울 4박5일간 고된 군사훈련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경쟁률이 3 대 1을 훌쩍 넘어섰다.

해병대 측은 캠프가 청소년들이 리더십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교육대장 이광우(36.해사 48기) 소령은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남을 이길 수 없다'는 극기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며 "처음엔 힘들어 하던 교육생도 이틀만 지나면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군기가 엄하기로 이름난 해병대에 입소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많은 교육 경험을 가진 교관의 지도를 받으며 인내심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나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키운다. 이를 위해 200㎏이나 되는 상륙용 고무보트를 6~8명이 머리에 이고 뛰게 하거나 공수.유격 기초훈련 등 '견디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참가자의 90%가 10대와 20대다. 대학생 최수경(20.여.천안시 청수동)씨는 "힘이 들긴 하지만 성취감도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남대 백승대(사회학) 교수는 "사회 구성원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해병대 캠프의 인기도 높다"고 분석했다.

포항=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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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사진 설명 중 '2002년'과 '2만8000여 명'은 '1997년'과 '2만6000여 명'의 잘못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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