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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세계 여탁구 첫 "금자탑"|여복·단복·단체전 이어 단식도 제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예테보리(스웨덴)=유상철 특파원】현정화(24·한국화장품)가 세계여자탁구사상 새로운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여자탁구의 간파스타 현정화는 22일 밤(한국시간) 이곳 스칸디나비움 체육관에서 벌어진 제4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결승에서 천징(대만)을 꺾고 우승, 한국탁구사상 최초로 세계대회 단식챔피언에 오르는 대기염을 토했다.
지난 56년 제23회 도쿄대회에 첫 출전한 이래 한국은 이제껏 여자단체우승 두 차례(73, 9l년), 여자복식(87년)과 혼합복식(89년)에서 각각 한차례씩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단식에서 세계를 제패하기는 현정화가 처음으로 37년만의 쾌거다.
현은 이날 단식우승으로 87년 뉴델리대회서 양영자와 짝을 이뤄 여복우승, 89년 도르트문트대회서 유남규와 함께 혼복 우승, 코리아 단일 팀을 이뤘던 91지바 대회서 단체전 우승 등 여자선수가 차지할 수 있는 각기 다른 4개의 세계타이틀을 모두 거머쥐는 위업을 달성했다.
산전수전 다 격은 두 백전노장의 맞대결은 두뇌싸움에서 앞선 현이 선제스매싱으로 주도권을 잡아 완승으로 이끌었다.
세계 최고의 송곳스매싱을 자랑하는 현은 역시 살인적인 왼손드라이브를 구사하는 천징을 맞아 대담하고 빠른 스매싱으로 기선을 제압, 21-16, 21-15, 21-14의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다
천징은 현의 선제스매싱작전에 말려 장기인 드라이브 한번 제대로 걸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한편 앞서 벌어진 남자복식 준결승에서 기대를 모았던 유남규-김택수 조는 92바르셀로나올림픽 우승팀인 중국의 왕타오-뤼린조에 3차례의 듀스 접전 끝에 3-1로 석패,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로써 대회를 하루 앞두고 모든 경기를 끝낸 한국은 금1, 은1, 동2개의 좋은 성과를 올렸다

<끝까지 침착함 유지>
빈틈없고 냉정한 행동거지로 유명한 현정화는 한국탁구사상 최초의 단식세계챔피언에 오르고서도 끝까지 침착함을 견지, 탄성을 자아냈다.
우승하는 순간 테이블아래 무릎을 꿇고『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는 짤막한 감사기도를 올렸을 뿐 평상을 유지하자『과연 현정화』라고 탁구인들은 한마디씩.
현은 『울음이 터질 것도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담담해진다』며 자신도 의아하다는 표정.

<응원 교민 등 환호성>
기대했던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에 그치고 생각지도 않았던 여자단식우승의 쾌거가 일궈지자 응원 나온 교민가족들과 최원석 탁구협회장·탁구인·보도진은 상기된 얼굴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대한 민국 만세』와『현정화』를 연호.
특히 감정이 풍부한 이유성 감독은 지난 91년 지바대회 단체우승에 이어 이번에 단식우승을 차지하자 현을 부둥켜안고 얼굴을 부비며 등을 두드리기도.

<기자들 인터뷰 쟁탈전>
경기가 끝나자 현을 인터뷰하기 위한 각국 취재진과 한국기자 등이 뒤섞여 때아닌 현정화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이를 지켜본 이성달 협회전무는『현정화가 이젠 단순히 한국의 선수가 아닌 자랑스런 세계적 선수임을 실감했다』며 흐뭇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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