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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과 경기단체 낭비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요즘 경기단체는 표정부터 달라졌다.「돈 가뭄」에 시달리던 경기단체가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급한 불을 끄게된 탓이다. 최근 대한체육회 가맹 44개 경기단체는 적게는 3천만원에서 2억5천만원까지 체육진흥기금을 받았다.
올해 각 경기단체 지원금은 80억원. 이중 20억원이 우선 지급된 것이다.
기업회장의 주머니마저 기대할 수 없는 딱한 처지의 일부 종목은 진흥기금 지원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으로 들떠 있다.
각 경기단체들은 벌써 어디에 쓸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어렵사리 모아 분배한 돈이 흥청망청 쓰여질지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대한체육회는 진흥기금관리지침을 마련했다.
엉뚱한 곳에 전용될 것에 대비, 진흥기금 사용처를 경기력 향상에만 못박겠다는 취지다.
체육회는 올해 이미 짜여진 예산엔 진흥기금을 못쓰도록 하고 있다.
예산에는 빠져있으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추가로 꼭 필요한 데에만 기금을 쓰도록 한 것이다..
체육회는 조만간 이같은 내용의 사용지침서를 각 경기단체에 시달하고 경기단체로부터 사용 내역서를 받아 합당한 경우에만 기금 사용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남는 돈은 35%에 달하는 의무적립과 함께 자립기금으로 충당토록 할 작정이다.
그러나 각 경기단체가 88서울올림픽개최 당시 흥청망청 돈을 써 몸에 밴 낭비벽을 어떻게 알뜰 체질로 개혁하느냐에 따라 시험대에 오른 진흥기금 사용의 성공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이는 곧 갈수록 돈줄대기가 어려워질 각 경기단체 재정 자립의 주춧돌을 놓는 일과도 같다.
무엇보다 진흥기금이 제대로 쓰여지기 위해서는 경기인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미 내년 집행부 교체를 염두에 둬「학업에 뜻이 없는」(?) 일부 경기단체는 경기력 향상이란 미명아래 온갖 해외전지훈련과 코치 초청 및 파견 등 생색내기 기금 집행에 골몰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서울올림픽이후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는 체육계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증거다.
구태에 젖어 있는 체육계에 몰아칠 개혁바람을 기대한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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