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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란 방송사고 "정말 사고는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인터넷을 한바탕 뒤집어 놓은 장영란 방송사고 논란은 사이버세상의 그늘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급한 인터넷 여론 재판이 재연됐다. IT인프라를 따라가지 못하는 네티켓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지난달 26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도전 암기송'. 이날 방송에서 장영란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천지창조'와 화가 보티첼리를 혼동해 "미켈란젤로의 보디창조"라고 말했다. 이 부분이 성기를 칭하는 속어와 유사하게 들린다는 게 장영란 방송사고의 전말이다.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해당 부분을 부각한 제작진의 편집 의도가 엿보이지만, '사고'로 칭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

그런데도 엿새나 지난 이날 뒤늦게 방송사고 논란이 인 것은 교묘히 편집된 동영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주요 메가 포털과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사이트를 통해 유포된 편집 동영상은 당초 방송분에 담겨있던 자막 설명을 삭제한 채 장영란의 발음만 짧게 들려준다. 얼핏 들어서는 정확한 발음을 구별하기 어렵다. 방송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하기 보다 '기획됐다'는 편이 정확하다.

동영상을 퍼뜨린 네티즌의 의도는 적중했다. 수 십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장영란 방송사고는 뜨거운 이슈가 됐다. 제작진은 물론 당사자 장영란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장영란의 미니홈피는 네티즌의 쓴소리로 얼룩졌다. 입장표명은 피했지만, 당사자 장영란의 심경이 가늠된다. 우리말 바로쓰기를 강조하는 해당 방송사 제작진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이버세상은 말초를 자극하는 조작의 손길에 그지없이 무기력했다. 되짚어보자. 과연 '사고'는 있었는가.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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