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 다시 불붙었다/작년 「부결」로 한때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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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동통화 등 예외인정 “나쁜 선례”/유럽경제 최악… 전같은 통합열기 난망
유럽공동체(EC)회원 12개국 가운데 11번째로 덴마크가 18일 유럽동맹조약(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 비준을 완료했다.
이로써 EC회원국 가운데 아직 이 조약에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영국뿐이나 영국도 현재 의회에서 비준절차를 진행중으로,이변이 없는한 이번 회기가 끝나기 전인 올 여름이나 가을까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조약의 비준절차가 이미 끝난 독일에서 총 18건의 위헌심사청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이어서 정식 조약발효 시기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독일 정부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규정된 통화단일화 등 일부 규정의 국가주권 침해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기전까지는 이 조약의 비준서 기탁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현재 상황으론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최종판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려 마스트리히트조약 발효시기는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은 94년 1월1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유럽통합은 덴마크의 비준안 부결이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닥쳐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했다.
1년만에 다시 실시된 덴마크 국민투표에서 결국 비준안이 통과됨으로써 유럽통합은 정상궤도를 되찾게 됐다.
그러나 이는 「에든버러타협」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마스트리히트조약 본래 의미를 크게 퇴색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2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EC정상회의에서 EC각국은 덴마크의 비준안 부결로 인한 조약 자체의 무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덴마크정부가 제시한 4개항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 즉 이 조약에 규정된 ▲통화단일화 ▲공동방위정책 ▲유럽시민권 ▲공동경찰·사법정책 등 4개항에 대해 덴마크의 예외를 인정했다.
이미 통화단일화와 사회헌장 규정에 대한 예외를 영국에 인정한 데 이어 덴마크에 대해서도 이들 4개항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줌으로써 「두가지 속도」의 유럽통합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는 노르웨이·오스트리아·핀란드·스웨덴 4개국과의 본격적인 EC 가입 협상을 앞두고 「주문식 유럽통합」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은 2년 가까이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EC전체의 경제성장률이 0%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심각한 재정적자와 실업위기에 직면해 있다. 평균실업률이 10%를 웃돌고 EC전체 실업자수는 1천7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규정된 통화통합의 마지막 단계인 통화단일화로 이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나라는 현재 룩셈부르크 한나라뿐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통합열기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
만일 프랑스에서 마스트리히트조약 비준안을 다시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부결될 것이 확실한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고 있다.
덴만크의 비준안 통과로 유럽통합은 난파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근본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제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한 유럽통합도 당분간 침체국면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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