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로이드 탄생 1백주년-재평가 작업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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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무성 영화 시절 찰리 채플린·버스터 키튼과 함께 3대 미국의 코미디스타 중 한사람이었던 해럴드 로이드 탄생 1백주년을 맞아 그를 찰리 채플린을 능가하는 무성 영화의 최고 배우로 평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영화 포럼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해럴드 로이드 100:1세기 영화제」를 열고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로이드의 출세작인 『위기 일발 (Safety Last)』 1920년대 가장 사랑 받은 영화의 하나로 기록된 작품. 그가 까마득한 마천루 꼭대기의 벽시계 분침에 매달린 장면은 영화사에 남는 명 장면이다.
그러나 『위기 일발』은 그를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보다 한수 아래인 배우로 인식되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위기 일발」이 로이드의 다른 뛰어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갔다.
그가 채플린과 키튼의 작품을 합한 것보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며 총 흥행 수입도 이들을 능가했다는 사실을 팬들이 알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고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평론가 브루스 골드 스타인이 말했다.
로이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는 작품에 대한 그의 지나친 완벽주의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 평론가 레너드 마틴은 「위대한 영화 코미디언들」에서 『그는 새 작품이 이전 작품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위기 일발」 이후로는 거의 작품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 그가 직접 영화사를 차려 재능을 한창 꽃피우던 1920년대 이전 작품들만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영화 평론가들은 로이드가 생활 자체를 영화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진취적 기상과 의지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192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며 ▲일상 생활 자체에 코미디가 있고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그로테스크하게 분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이번 회고 영화제에 선정된 36편에는 최고의 흥행 수입을 올린 25년작 『풋내기』에서부터 20년대의 작품인 『키드 대위의 아이들』 『동부에서 온 서부인』에 이르는 히트작, 뿔테 안경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정착시킨 초기의 랜섬 루크사 영화들, 지난 62년 제작된『해럴드 로이드의 코미디 세계』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그가 배포를 보류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해설·음향이 덧붙여져 개봉됐던「미친 수요일』 등이 원래대로 선보인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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