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인 운영 백두산 호텔 건물 일부 강제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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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당국이 31일 백두산에 있는 한국인 투자 호텔을 전격 철거했다. 백두산에서 온천관광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박범용(53) 사장은 이날 "중국의 창바이산(長白山) 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에서 경찰과 인부들을 동원해 오후 4시30분쯤(이하 현지시간) 호텔 집기를 모두 빼낸 뒤 포클레인을 동원해 건물 일부를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날 철거는 지난달 22일 박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호텔 일부가 불법 증축건물이라며 강제철거하라는 관리위의 통보에 박 사장이 불복, 지린성 상무청과 관리위 등에 철거 결정재고요청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뤄졌다. 이와 관련, 일부에선 현재 중국 영토인 백두산 북쪽 지역에서 한국과 관련 있는 것을 지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오후 관리위 관계자가 호텔로 찾아와 '보상금 얼마를 주겠다'며 호텔 철거에 동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공안과 인부 등 100여 명을 동원해 철거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에서 발급받은 강제철거 집행장을 보여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나와 아내는 철거작업이 시작되기 전 공안 10여 명에 의해 구급차에 태워져 관리위 산하의 한 식당 건물에 연금됐으며,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풀려났다"고 덧붙였다.

관리위는 지난해 9월에도 박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 2곳을 포함, 백두산 북파(북쪽 등산로) 주변 호텔 5곳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을 이유로 철거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일부 시설의 불법성을 이유로 박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에 대해서만 철거를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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