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2·12는 군형법상 명백한 반란”/당시 육참총장정승화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주모자 단죄해야 기강 바로선다/문민정부서 적절한 조치 취해야
12·12사태 당시 계엄사령관겸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정승화씨(67·서울 대치동)는 13일 김영삼대통령이 12·12사태를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한데 대해 『표현이 성에 안차지만 당연한 성격규정』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12·12사태 주역들에 대한 처리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국란을 일으킨 사람들을 두고 어떻게 사회기강을 잡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사법처리를 기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 대통령이 12·12사태를 하극상에 의한 쿠테타적 사건」으로 입장정리를 했는데.
『표현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않다. 이미 나는 88년의 국회 광주청문회때 12·12사태는 역사에서 씻어낼 수 없는 군사반란이라고 분명히 밝힌바 있다. 그 소신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12·12사태는 단순한 하극상을 넘어 군형법상의 무장반란사건이다.』
­12·12사태 주역들에 대한 조치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전적으로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국가가 그 기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단죄를 할 것으로 본다. 조그만 상해를 입혀도 형무소에 가는 판에 국난을 일으킨 사람들을 두고 어떻게 사회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분명히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본다.』
­12·12주역들에 대해 사법처리까지는 안할 것 같다는데.
『현 정부는 30년만에 들어선 문민정부다. 사회정의 차원에서 정부의 개혁의지를 믿는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이들에 대한 생각은.
『범법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 명명백백하게 밝히는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용서받지 못할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 제소할 생각은 없나.
『현재 장태완 당시 수경사령관 등이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마음으로는 그들과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당장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은 없다.』
­최근 황인성총리가 12·12사태는 불법이 아니라고 했었는데.
『아무리 경리장교 출신이라고 하지만 소장으로 예편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착각을 해도 보통 한게 아니다.』
­12·12사태 당시의 상황은.
『그날 저녁 7시쯤 장모 생신에 가기위해 공관을 막 나서려던 참에 부관이 보안사에서 급한 보고가 있다고해 잠시 기다리는데 보안사 수사관 두명이 들이닥쳤다. 일부에선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하지만 당시 총을 가진 사람은 부관·경호대장 뿐이어서 상대가 안됐다. 공관앞에서는 M­16소총으로 엄호사격까지 했다.』
­연행된뒤 어떻게 됐나.
『곧바로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끌려가 고문 등 갖은 치욕을 당했다. 그후 군검찰관에게 기소돼 석방될때까지 육군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12·12사태는 정 전 총장이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인 전두환씨를 전보시키려고 한데서 발단됐다는 설이 있다.
『12·12사태 며칠전 나는 월권을 휘두르는 전두환 합수부장을 동해경비사령관으로 전보시킬 생각을 갖고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과 상의했다. 나는 계엄사령관으로 합수부장에 대한 인사권은 있었지만 전씨가 겸직하고 있는 보안사령관은 직제상 국방부장관 직속으로 돼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12사태는 이것이 새나가 쏘시개는 됐겠지만 이보다 훨씬 전부터 조직적으로 추진됐음에 틀림없다.』
­최근까지 물의를 빚고 있는 하나회에 대한 생각은.
『하나회의 폐해는 12·12사태가 극명하게 보여줬다. 총을 가지고 있는 집단에서 사조직이 용납돼서는 결단코 안된다.』
­87년 13대 대선때는 통일민주당에 입당,김영삼후보를 도왔는데.
『당시 나는 또다시 12·12의 주역이 집권해서는 안된다는 일념에서 김 후보를 도왔다.
그러나 양김이 분열되면서 그 꿈은 깨졌다.
김 후보와 당시 세차례정도 만난 것이 전부다.』
정씨는 79년 12월12일 합수부 수사관들에 연행된뒤 내란방조죄로 기소돼 80년 3월 국방부 계엄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관할관의 확인조치때 7년으로 감형,형이 확정됐었다.
형 확정과 함께 보충역 이등병으로 강등됐던 정씨는 80년 6월10일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81년 사면·복권된뒤 6공출범후인 88년 11월 육군대장계급을 회복했다.<오영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