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사정중심 잡아라” 한목소리(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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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도 좋지만 법은 꼭지켜야”/이 감사원장 “사정계획 시달 안받았다”
『이회창감사원장은 김영삼대통령이 개혁을 하면서 법을 지키는지 살펴봐야 한다.』(유수호의원·국민)
『정확한 사정계획이 알려지지 않으니까 마구잡이식 사정인데다 이전투구식투서·모함이 난무하는 것 아닌가.』(이원형의원·민주)
『감사원은 과거 청와대가 접수한 이웃돕기성금·방위성금 등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감사할 수 있는가.』(정상천의원·민자)
『F­16을 비롯해 율곡사업은 온갖 의혹에 싸여있다.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과 당시 청와대관계자들을 감사하라.』(강수림의원·민주)….
12일 오후 국회법사위는 「사정위원회」가 되어버렸다. 야당의원들이 쏘아댄 화살의 방향은 대충 두갈래.
첫째 『도대체 사정의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있느냐』는 의문제기였으며 둘째는 『청와대 정치자금은 왜 감사하지 않느냐』는 공세성 추궁이었다.
이회창감사원장은 비교적 화살을 잘 막아냈다.
예상대로 그가 사용한 방패는 「감사원칙론」. 그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어조마저 일정하게 유지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의원들 모두 약속이나 한듯 공세를 시작하면서 이 원장과 감사원에 대해선 칭찬과 격려를 빠뜨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맨처음 질의에 나선 박헌기의원(민자)은 『감사원은 문민정부개혁에서 사정주체로 국민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유수호의원의 칭송은 상임위 발언치고는 도를 넘을 정도였다. 그는 이 원장에게 『정의·청렴·신념의 화신』이라는 수식어를 헌상(?)했다.
칭송처럼 그의 질문공세도 노골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그는 재상공개부터 물고늘어졌다.
유 의원은 대선전 민자당을 탈당,정주영씨 산하로 들어갔고 재산공개때는 부동산 재력규모로 잠시 구설수에 올랐다.
『개혁은 좋지만 법을 지켜야지요. 재산공개는 먼저 법을 만들어놓고 했어야 했던것 아닙니까.』
유 의원은 비리장성구속에도 언급,『그 아까운 해군장성들과 조종사 지휘부를 왜 함부로 구속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원형의원은 「사정의 체계성」을 문제삼았다. 그는 『정부의 사정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못하고 있다』며 『감사원감사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사정프로그램의 존재여부」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범사회적인 관심사여서 이 원장의 답변이 주목됐다.
이 원장은 최소한 감사원이 느끼는 사정프로그램의 입김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 감사원은 1년계획이 있다. 그리고 우선 시급한 사정분야로 금융·세무·경찰·교육·군 등 다섯군데를 정했다. 그러나 국가전체의 사정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시달된 것은 없다.』
이 원장은 유 의원의 「법치­인치」 공세는 슬쩍 피해갔다.
이 원장은 『우리는 법치의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공방의 제2라운드는 청와대정치자금문제. 이원형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감사원은 청와대를 감시했다고 하는데 왜 정치자금은 손을 안댔나. 정주영씨는 스스로 수백억원을 냈다고 하지 않았는가.
전 전대통령은 물러난뒤 1백31억원을 내놓았는데 노 전대통령은 한푼도 내놓지 않았다.
노 전대통령의 정치자금을 감사하라.』
이 원장은 원칙론으로 맞섰다. 『정씨 돈은 정치성금 성격이어서 감사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불법적 음성자금수수가 있어 감사원의 추적대상이 된다면 성역없이 감사하겠다.』
현경대위원장이 「폐회」의 방망이를 두드리려는 찰나 강수림의원(민주)이 마이크를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방위산업체다. 그러니 정씨가 청와대에 갖다준 돈은 율곡사업과 관련된게 아니냐.』
이 원장은 『부정한 수수료가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면 성역없이 조사할테니 걱정안해도 된다』며 야당을 누그러뜨렸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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