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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안채택 확실”/차분한 안보리/표결 하루앞둔 유엔·북대표부표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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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표결 사흘연기 제안 내기도/중국체면 감안 「철회」를 「재고」로 수정/우리측 상황파악 분주… 북측은 “조용”
핵문제와 관련한 유엔의 대북한 결의안 채택은 중국이 끈질기게 반대하긴 했으나 어차피 대세는 결정된 형편이어서 유엔 안보리 회의장 주변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15개 이사국들의 비공개회의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파키스탄·브라질 등이 일부 자구수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시간을 끌었으나 정작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태도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0일 오전회의를 마치고 나온 일본의 하타노 요시오 유엔대사는 기자들에게 『중국은 아무소리하지 않고 있었으나 오늘 회의에 나오기 전 이미 다른 상임이사국들과 최종 결의안 채택에 대한 충분한 협의를 끝낸 상태일 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이날 오후회의가 끝나서야 처음 알려진 사실은 북한측이 유엔의 결의안 채택을 지연시키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11일로 예정된 결의안채택 표결을 14일로 연기하자는 제안을 안보리의장을 통해 이사국회의에 전달한 것.
북한측은 14일로 표결회의를 연기해 주면 별도의 대표단이 평양으로부터 와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대신 11일의 공식회의 석상에서 표결된 박길연대사가 연설하는 것으로 양해했다. 핵문제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당사국이라 하더라도 안보리의 표결전에 발언하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유엔의 관례이므로 과거 쿠바나 유고의 경우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에 반론의 기회를 주는 것은 북한의 입장을 상당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설명.
결의안 초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통해 서방측 상임이사국들이 수정에 동의하기로 양보한 부분은 본문 1조의 표현을 다소 부드럽게 하고 전문의 조항 순서를 단순히 자리바꿈하는 것이 전부라는 점에서 서방상임이사국들의 태도가 처음부터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5개국 협의과정에서 파키스탄·브라질 등이 수정안을 내놓았으나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고쳐진 결의안 본문의 단어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관련,retract(철회)를 reconsider(재고)로 바꾼 것. 이에 대해 유엔대표부 당국자는 『실질적 차이는 없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표현을 부드럽게 고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유엔안에서 동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던 NPT연장 준비위원회는 유고의 회의참석 자격시비로 늦게까지 열리지 못했다. 다름 아니라 「지금의 유고가 과거의 유고를 승계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번 NPT 준비위원회에 참석하려면 별도의 가입신청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미국 등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이 바람에 NPT탈퇴선언을 하고도 이번 준비위원회에 참석하겠다고 해 주목을 끌었던 박길연 북한 유엔대사는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이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결의안 채택이 기정사실화되긴 했으나 막상 확정되는 회의가 열린 10일 안보리 회의장 주변에는 북한 대표부의 외교관 6명이 계속 진을 치고 앉아 분위기를 살폈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에는 박 대사도 직접 나와 부하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동태를 분석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각국 대표들과의 자연스런 접촉을 통해 비공개회의 내용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우리 대표부측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측 외교관들은 시종일관 초조한 모습들이었다.<유엔본부=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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