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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으로 느낀 농촌·재소자 시심으로 가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천직에서 얻어낸 시집 2권이 출간됐다. 농촌진흥청에서 농촌지도관으로 일하고 있는 정홍도씨(51)는 첫 번째 시집 『헛된 기다림』(장미출판사간)을, 성동구치소에서 교회사로 있는 노희석씨(38)는 두 번째 시집으로 『반쯤은 사망이고 싶다』(한림원간)를 최근 펴냈다.
『누가 당신의 가슴을 메이게 하나요/잔주름 굵은 손매로 보리씨를 묻고/북풍맞아 돋아난 싹 행여 얼세라/볏짚까지 덮어준 당신이 아니었소/흩어진 눈발 사이로/파란싹 굽어보던 초롱한 눈빛으로/여름 풍년의 꿈을 심었던 당신이 아니었소.』(「농·1」중)
25년 동안 농업기술 보급활동에 종사해오고 있는 정씨는 『헛된 기다림』에 실린 59편의 시를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농촌과 자연을 진솔하게 바라보고 있다. 「농가월령가」체로 권농의 시를 쓰면서도 파란싹·능금꽃·배꽃에 실었던 결실의 꿈이 무참히 무너져 내리는 목엔 농부들의 가슴을 통해 농정의 비판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일어설 수가 있을까/보란 듯 벌떡/꿇린 무릎/툭툭 털어버리고/…/울다 지친 초롱 눈망울/모른 척 그냥 두고/포일리 산1번지/해가 뜬다/담도 넘지 못하는.』(「바람으로 가는 새·9」중)노씨는 가정과 사회에서 격리시킨 재소자들, 그들이 재범자가 되지 않도록 교화·선도해 가는 교회사로 9년째 일하고 있다. 『수인의 편지』에 이은 두 번째 시집 『반쯤은 사망이고 싶다」에 실린 1백여편의 시를 통해 노씨는 재소자들의 교화과정에서 느끼는 애처로운 심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사회는 버렸더라도 교회사로서는 결코 그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천직의식이 시로 승화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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