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쌍둥이 딸 말썽 '못 말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2002년 5월 미 워싱턴 근교 앤드루 공군기지.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의 첫 유럽 여행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엄마를 따라 리무진에서 내린 큰딸 제나의 차림 때문이었다. 엉덩이엔 골반바지가 걸쳐져 있고 밑단은 땅에 끌려 너덜너덜했다. 짧은 티셔츠 아래론 배꼽이 드러났고 머리도 제멋대로인 데다 슬리퍼를 신었다.

7시간30분 뒤 비행기가 프랑스에 도착했다. 먼저 내린 로라 여사가 프랑스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는데 제나가 여전히 같은 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먹이'를 발견한 프랑스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제나는 황급히 비행기 안으로 사라졌다.

곧 백악관 직원 한명이 커다란 보자기를 들고 기내로 들어갔다. 보자기에 둘러싸인 제나는 대기 중인 차 속으로 서둘러 사라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 "기자들은 놀라서 이를 지켜봤다"며 "국민 세금으로 하는 해외방문에 걸맞게 차림을 하라는 대통령 부인의 말을 딸들이 무시했거나, 로라 여사가 아무 말도 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두 딸 제나(텍사스대 3년) 와 바버라(예일대 3년)의 말썽이 잦아도 대통령 부부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고 언론도 가급적 보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금기를 깨고 전면을 할애해 쌍둥이의 행적을 상세히 보도했다.

2001년 대통령 취임식 때다. 당시 19세이던 두 딸은 취임식장에서 아버지가 취임 선서를 하는 동안 계속 몸을 꼬며 딴청을 부렸다. 옆자리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팔꿈치로 툭툭 치면서 아버지를 보라고 신호할 정도였다. 뒷자리에서 이를 본 할머니 바버라 부시 여사가 재빨리 다가가 이들의 어깨를 꽉 잡았다.

신문은 "클린턴의 딸 첼시는 경호원들을 존중했고, 그래서 그들은 첼시를 감싸주려 했다"면서 "하지만 쌍둥이는 경호원들을 자신들의 적이나, 운전사 또는 하인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취임식 얼마 뒤엔 제나가 미성년 음주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남자친구를 경호원을 동원해 빼낸 게 말썽이 됐다. 그해 여름 역시 미성년자인 제나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려다 거절당하자 욕을 하며 뒷문으로 달아났다. 경호원들이 따라잡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빠가 당신을 박살낼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이 때문에 2002년 11월 25일 쌍둥이가 공식적으로 성인이 됐을 때 백악관은 안도했다. 그러나 말썽은 계속됐다. 뉴욕에선 경호원에게 록 밴드 리더를 데려오게 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영화배우의 집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기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빠는 전화로 혼이라도 내지만 엄마는 무작정 싸고 돈다. 35세의 늦은 나이에 애를 얻은 로라가 귀여워만 하다 버릇을 망쳤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