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깊이읽기] 사실보도와 선정성 한계 어디까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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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선정성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밤 11시에 방송된 '추적 60분-이란 대재앙 현장급파! 매몰된 도시, 밤의 아비규환'(KBS2)이 참혹한 시신 모습을 과도하게 내보낸 탓이다.

'추적 60분'은 4만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란 밤시(市) 대지진 피해현장을 국내 언론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취재해 현지의 충격적인 피해 실태를 생생한 화면에 담았다. 대재앙의 참상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 구조대의 구호 활동, 힘겨운 생존 상황을 담은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그러나 시신 발굴 작업을 지나치게 자주 내보내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샀다.

포클레인이 시체를 끌어내는 장면, 흙더미에 묻혀 입안 가득 흙을 물고 죽은 어린 주검의 얼굴, 매장할 곳조차 없어 길가에 방치된 채 썩어가는 피묻은 수십구의 시신 등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를 당혹하게 한 것이다.

방영 다음날인 8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끔찍하게 죽은 모습을 어떻게 그대로 내보낼 수 있나, 시청자는 그런 자극적인 장면을 원하는 게 아니다''사실 보도도 중요하지만 잔인한 장면을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5분을 보는 동안에도 시체가 엄청 나오더라, TV를 보다가 이렇게 놀라긴 처음'이라며 제작진을 질타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사실 생생한 사실 보도와 화면 수위 조절 사이의 딜레마는 우리 방송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7월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사담 후세인의 두 아들 시신이 언론에 공개돼 윤리 논쟁을 불렀다. 살해된 적의 시신 사진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제네바 협약의 위반 여부는 접어두더라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장면을 별도의 모자이크 처리없이 보여주는 게 시청자의 알 권리라는 명목으로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는 우리 시사고발 프로그램 제작진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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