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人'된 연예가중계 1천회 맞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연예인은 꼭꼭 숨을 수가 없다. 무엇을 먹고, 무슨 잠옷을 입고 자는지, 별 시시콜콜한 것까지가 세인의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이 연예인의 사소한 움직임마저 '정보'라는 이름으로 유통하는 건 그야말로 '대중이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껏 해야 한다. 근래 TV의 각종 연예정보프로그램이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받은 것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뜨리거나 연예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집착했기 때문이다.

KBS의 '연예가 중계'는 10일로 1천회를 맞는다. 1984년 4월 첫 전파를 탄 지 약 20년이 흘렀다. 경륜만큼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낀 때문일까. '연예가 중계'의 최근 모습이 긍정적인 변신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연예가 중계'도 초기에는 '카더라 통신'을 여과 없이 전달해 말초적 호기심만 자극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분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개혁의 '1등 공신'은 박태호 책임PD다. 박PD는 지난해 11월 프로그램 개편에서 모델 출신 방송인 이소라와 함께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는 입담이 좋은 연예인 출신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스타와 관련한 소문을 보도할 때는 반드시 당사자와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노골적으로 광고주를 띄워주는 CF 현장이나 무의미한 연예인 사생활 보도는 배제했다. 문화부 기자나 PD들이 전하는 기획취재 코너도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프로그램은 약간 딱딱해졌지만 시청률은 7%포인트나 높아졌다. 박PD는 "10대들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에서 개편 이후 30대와 40대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층이 크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영화.가요 등 대중문화 평론가 5~6명으로 자문위원단을 만들어 기획취재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1천회 특집은 80분간 진행된다. 왕영은.김청.한고은.한가인 등 역대 MC들이 초대 손님으로 나와 연예 프로그램의 20년 역사를 정리한다. 유동근.채시라.장나라 등 인기 스타들이 등장하는 '스타 탄생!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등의 코너도 마련돼 있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