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느 보육시설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출근전 코흘리개 아이를 맡기는 젊은 엄마·아빠의 마음은 마냥 바쁘다.
1일 오전7시30분 서울마천동 천마어린이집.
예진(5)·현진(3)자매를 승용차로 태워온 아빠 김동선씨(32·교사·서울신천동 시영아파트)는 당직 보육교사에게 『잘 부탁한다』며 당부의 말을 한다. 그리고는 자매의 볼에 차례로 뽀뽀해준 뒤 『아빠 다녀올게』하며 황급히 직장인 B상고로 향한다.
부부교사인 김씨 집에서 아이를 맡기는 일은 남편 몫이다.
곧 이어 역시 부모를 맞벌이부부교사로 둔 만 2년4개월된 예슬이(여)가 엄마의 손을 잡고 온다.
8시가 가까워지자 아이들이 속속 도착한다.
민이·홍이 형제, 충훈이, 슬기, 유일이, 청이와 남동생 송이 남매….
3층 건물 중 1층 사무실은 아이들이 『뽀뽀뽀』 TV프로를 시청하며 담당 선생님을 기다리는 대기실로 변한다.
8시30분. 1년 단위로 반 구성이 된 병아리·펭귄·토끼·하마·사슴·기린반 보육교사 12명이 모두 도착했다.
펭귄반 엄혜자 선생님(27·여)이 들어서며 담당 아이들을 챙긴다.
『어휴, 현진이가 더 예뻐졌구나.』
『예슬이는 울지 않았고…』
다른 반 선생님들도 각기 아이들을 2, 3층 자기 반으로 데려간다.
9시30분. 정원 1백40명 중 1백명 정도가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탁아문제가 없는 집 아이들 20여명은 오지 않는다.
10시부터 각 반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12∼24개월 된 아이들의 병아리 반에서는 「꼬마 무법자」병일이가 슬기(여)가 가져온 꽃을 빼앗아 울리고 다른 남자아이들의 놀이도 방해한다.
펭귄반에서는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현진이와 예슬이가 한바탕 「사랑싸움」을 하며 울고….
11시. 아이들이 1층 놀이방으로 내려온다.
「뜻밖의 침입자」인 기자가 너무 좋은 모양이다. 안기고 볼을 비비고.
모두 여자 선생님이라 「부정」을 느껴서일까.
현진이가 블록으로 만든 장난감 권총으로 기자를 쏜다. 『탕, 탕, 탕』
기자가 뒤로 벌렁 넘어지기를 거듭하자 20여 명이 몰려와 깔깔거리며 같은 흉내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오후2시∼3시30분.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러 온다.
평일은 6시30∼7시30분이 피크다.
남편과 청량리에서 식품도매업을 하며 아이 둘(6세·17개월)을 맡기고 있는 이창실씨 (30)는 『유치원의 교사대 학생 비율이 1대40인데 비해 이곳은 1대12 정도로 교사들이 여유가 있어 좋다』고 했다.
널찍한 놀이공간, 튼실한 조리 등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조건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89년 삼성복지재단이 지어 서울시에 기증한 천마어린이집 같은 시설이「가뭄에 콩 나듯」하다는 점이다. <김영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