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찰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두 번째 트롯 독집음반 낸 서울지검 엄성생 경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노래를 통해 경찰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91년 『남자의 길』에 이어 올해 『서울야생마』 라는 두 장의 트롯음반을 발표한 수사관 가수 엄성생 경장(42·서울지검 특수1부).
그는 요사이 민생치안범죄를 수사하랴, 틈틈이 방송에 출연하고 위문공연에 참가하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워낙 노래를 좋아하고 평소하고 싶었던 일이라 조금도 힘든 줄 모른다.
78년 무술경관으로 경찰에 입문한 그의 무술실력은 태권도 4단에 유도 2단. 경찰에 입문한 이래 주로 서울시경 폭력계에서 조직폭력배를 전담했다. 그는 지난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강남 일대를 불안케 했던 차치기 4인조 강도를 격투 끝에 검거, 1계급 특진할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수사관이다. 그런 그가 40세가 되어 가수가 된 것은 순전히 그의 타고난 자질 덕분.
그의 노래 솜씨는 어릴 적부터 듣는 이마다 감탄할 만큼 뛰어났다. 3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외로운 소년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는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언제나 노래를 불렀다. 23세의 나이에 그와 유복녀를 둔 그의 어머니는 주위로부터 개가하라는 권유도 물리치고 행상을 하며 남매를 각별히 길렀는데 엄씨의 목소리는 그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란다.
대구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에서 트롬본을 불었는데 워낙 노래를 잘해 인근 군부대위문공연 때는 으레 마이크를 독차지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어쩌다 스탠드바에서 노래할 때면 앙코르박수에 공짜 술이 쏟아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의 노래를 들었던 작곡가 유영선씨가 곡을 주며 음반취입을 권유했다. 그는 직업과 나이를 생각하며 망설였지만 평소 가졌던 가수의 꿈을 버릴 수 없어 승낙했다.
일단 결심이 서자 그는 새벽에 출근해 자신의 차 속에서 테이프를 틀어놓고 9시까지 한달 동안 남몰래 맹연습해 마침내 첫 앨범을 냈다.
그가 가수가 되자 중3인 그의 딸이 「너무 나이 많은」가수라며 창피해하기도 했지만 이젠 TV출연 때면 이런 옷을 입으라며 신경을 써줄 정도란다.『근무에 지장이 없는 한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타가 되기보다는 경찰로서 남고 싶습니다.』불우한 시절을 보낸 만큼 불우한 청소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그는 홀어머니를 지극히 모시는 효자로 유명하다. <이순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