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답답한 한 주 거친 여론을 보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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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02면

오병상 중앙SUNDAY Chief Editor

답답한 한 주일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까요. 기자로서 더 답답한 것은 현장 취재가 불가능해 손발이 묶인 듯한 상황입니다. 외신으로 들려오는 가느다란 소식은 혼선을 거듭하고, 젊은이들의 신상에 직결된 사안이기에 그나마 안다고 모두 쓸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사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3면에 속보를 전하면서 아래쪽 박스로 ‘왜 이슬람 선교가 어려울까’에 대한 해설을 실었습니다. 4면에는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를 역사·정치·종교적 측면에서 여러 모로 재조명한 박스, 그리고 협상의 고리를 잡고 있는 카르자이 대통령이란 인물을 소개하는 박스 기사를 아래위로 배치했습니다.

5면에는 사건의 이해를 돕는 전문가 두 사람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피랍 사건을 전공한 재미 교수 한 분이 마침 국내에 머물고 있어 인터뷰했습니다. 윤민우 교수의 분석처럼 돈을 주고서라도 무사히 풀려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피랍된 사람의 심리를 분석한 이수정 교수의 글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피랍된 이들이 풀려날 경우 따뜻하게 맞아주는 마음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사실 지난 호를 만들 당시 입수했던 사진 한 장을 게재할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지난 호 3면에 분당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이 인천 공항으로 출국하면서 환하게 웃는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이때 같이 입수한 사진이 여행 제한 경고판 앞에서 승리의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게재할 경우 젊은이들의 경망스러움에 대한 봇물 같은 비난이 이어질까 우려했습니다. 결국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사진은 다음 날 다른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퍼졌습니다. 예상했던 비난이 쏟아지더군요. 특히 최근 인터넷에서 해외 선교활동을 비난하는 여론에 불을 지른 것은 아프가니스탄 선교 동영상입니다. 코흘리개들을 모아 놓고 한국 말로 찬송과 기도를 가르치는 장면입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따라 하는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면서 ‘무슨 선교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저만의 느낌은 아닌 듯합니다. 많은 인터넷 댓글이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심각한 악플도 많았습니다.
물론 꼭 그런 비난 여론 탓만은 아니겠지만 개신교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진지한 자성의 목소리를 한 기독교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여유가 되시면 ‘NEWS&JOY(뉴스앤조이)’라는 사이트(newsnjoy.co.kr)를 한번 들러 보시지요. 김만종 목사라는 분이 쓴 ‘한국교회, 오만 버리고 회개해야’라는 글이 톱기사로 올라 있습니다. 최근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한국 땅에서 선교에 실패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분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뉴스앤조이 사이트는 개신교계의 개혁적인 젊은 기자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부 보수 교단에서는 그 내용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런저런 사정은 차치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올라 있는 여러 글은 진지합니다. 일부 포털 사이트처럼 자극적이지 않아 호감이 갑니다. ‘피랍자들을 위한 변명’처럼 시각이 다른 글도 읽어 볼 만합니다.

정말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 여러 구석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사태의 중심에 선 개신교계가 그동안의 무모했던 해외선교 경쟁을 점검하겠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이를 비난해온 많은 사람들,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분들도 이제 좀 더 차분하게 변화를 지켜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풀려나 귀국할 그날 젊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종교란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 도그마(Dogma)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종교는 사회를 유지하는 데 매우 소중한 기능을 해왔습니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종교를 이해하는 아량이 개신교도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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