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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 의사의 치열한 일과 사랑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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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15면

미국 메디컬 드라마의 압도적인 수준을 보여 준 걸작은 단연코 1994년 방영하기 시작한 ‘ER’이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출신의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을 잡고 만든 ‘ER’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멍할 정도로 정신을 놓게 되는 치열한 완성미를 보여 줬다. 등장인물도 많고 벌어지는 사건도 많은데 어쩌면 그렇게도 얼개를 잘 짜 멋들어지게 에피소드 하나를 완성해 나가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도리가 없다.

문은실의 ‘미드’ 열전 <2> 그레이 아나토미

‘그레이 아나토미’는 10년 이상 ‘ER’에서 갈고닦아 숙련된 미국 메디컬 드라마의 원숙미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책임져야 하는, 현대적인 의미에서 가장 신에 가까운 직업윤리를 드러내야 하는 의사들의 삶.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들에게도 인간적인 면에서의 갈등과 사랑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의사들의 삶과 사랑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제 막 의국(醫局)에 들어선 초짜 의사들, 그러니까 인턴들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말 그대로 피 튀기는(?) 현장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의사들의 인생에 풋내기 의사들 또한 예외적인 존재일 수는 없다. 일도 배워야 하고 사랑도 쟁취해야 한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그 치열한 과정을 젊은 감각의 트렌디한 분위기로 참 잘도 풀어 나간다. 네 명의 인턴이 주도해 나가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함에 유쾌하고 흐뭇한 기분까지 안겨준다.

TV 드라마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에미상의 2007년도 후보작이 얼마 전에 발표되었는데, ‘그레이 아나토미’의 조지·이지·크리스티나가 모두 드라마 부문 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가 이렇게까지 재미있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여기 있다. 조연들의 잔치, 서투르지만 최선을 다하는 인생,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손을 맞잡아주는 천연덕스러운 사랑. 역시 인생은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거야. ‘그레이 아나토미’가 친근하게 제시하는 미덕이다.

■그레이 아나토미= 2005년 ABC에서 첫 방송을 타 ‘시즌 1’을 9개의 에피소드로 마친 뒤 현재 ‘시즌 3’가 종영되었다. 종합병원을 무대로 최고의 외과의를 꿈꾸는 풋풋한 수련의들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흥미진진함으로 그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KBS에서 ‘시즌 3’를 방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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