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겨울만 되면 아래쪽이 시원찮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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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겨울나기가 힘들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다 온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건강을 해치는 질환에도 날카로운 흉기가 있는가 하면 날이 무딘 둔기도 있다. 겨울철 돌연사의 주범인 심근경색과 뇌졸중은 날 선 칼이다. 반면 배뇨장애와 치질.관절염 등 3대 질환은 생명과 무관하지만 추운 겨울 악화됨으로써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둔기와 같다. 전문가의 도움말로 이들 겨울 질환을 건강하게 극복하는 요령을 들어본다.

◆ 배뇨장애=평소 소변을 볼 때마다 불편했던 P씨(65)는 최근 황당한 일로 응급실을 찾았다. 송년모임에서 술 한잔 걸치고 기분 좋게 귀가했는데 밤새 소변이 나오지 않아 진땀을 빼다 결국 119 구급대를 부른 것. 요도에 관을 삽입하고 뽑아낸 소변량은 무려 1.2ℓ. 정상인의 3백~4백㏄보다 세배나 됐다.

겨울에 배뇨장애가 심해지는 것은 소변이 나가는 길목인 요도괄약근이 수축하기 때문. 나이가 들어 가뜩이나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옥죄고 있는데 요도괄약근마저 줄어들어 배뇨장애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윤수비뇨기과 원장은 "날씨가 추워지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요도괄약근의 수축력이 증가한다"며 "추운 날씨뿐 아니라 콧물 감기약으로 처방하는 에페드린 등도 같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겨울철 배뇨장애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소변을 참지 말라는 것. 나이가 들면 방광근육이 늘어나 소변을 짜주는 기능이 떨어지는데 소변을 참다 보면 이런 현상이 가중된다. 따라서 소변이 마렵지 않아도 외출 전 또는 주기적으로 배뇨하는 습관을 들인다.

둘째, 감기에 걸렸을 때는 의사에게 배뇨장애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약물 사용을 피하도록 한다. 셋째, 술을 자제한다. 알코올은 갑작스럽게 소변량을 늘려 방광에 부담을 준다. 넷째, 자주 좌욕을 한다. 요도괄약근뿐 아니라 골반근육과 전립선을 부드럽게 해 소변보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섯째, 일년에 한번은 방광 및 전립선 등 비뇨기 질환 검사를 한다.

◆ 항문질환=겨울이 되면 대장항문 전문병원들은 북새통을 이룬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증상이 참기 힘들 정도로 악화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병원을 찾는 것. 한솔병원이 지난해 치핵.치루 등 치질로 병원을 찾은 1만7백29명을 계절별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환자의 50%에 가까운 4천9백2명이 12월에서 3월까지 방문한 환자들이었다. 치질은 항문에 매달린 비정상적인 점막과 혈관덩어리다. 항문에 모여 있는 모세혈관에 혈액이 엉겨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다.

겨울에 치질이 심해지는 것은 차가운 온도에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운동부족과 섬유질 섭취 부족. 변비가 심해지는 데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항문에 압력이 높아져 역시 모세혈관의 혈류를 방해한다.

따라서 겨울에는 특히 항문의 혈액순환에 신경써야 한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겨울에는 하루 2회 이상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해야 한다"고 권한다. 모세혈관을 늘려 혈액순환을 돕자는 것. 또 등산을 하다 바위에 앉는 등 차가운 곳에 엉덩이를 붙이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또 변비뿐 아니라 설사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설사나 변비 모두 항문에 힘을 주기 때문에 모세혈관에 압력을 높인다. 변비를 줄이기 위해선 물을 많이 마시고, 섬유질이 많은 고구마나 현미.잡곡.해조류 등을 섭취한다.

◆ 관절질환=퇴행성 관절염은 인체가 노화하면서 관절 사이에서 쿠션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질환이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통증은 관절의 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 조직의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온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실제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 온도는 정상인보다 2.7도 정도 낮다. 겨울에 관절염이 악화하는 것은 혈관 위축에 의한 혈류감소가 원인이다. 혈액공급이 줄어들면 산소와 영양 공급도 감소하고, 온도가 더욱 떨어져 시리고 아린 통증이 증가한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게 겨울을 나는 가장 좋은 처방은 온찜질이다.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늘리고, 손상된 조직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환부의 온도는 새벽에 가장 낮기 때문에 아침 기상 후 온찜질이 효과가 더 좋다. 또 외출할 때는 반드시 내복이나 관절 보호대를 착용해 관절 보온에 신경을 써야한다.

겨울에도 운동은 필수다. 제일정형외과 정현기 원장은 "운동은 주변 인대와 근육을 단련할 뿐 아니라 관절 내 혈액순환을 도와 관절 온도를 높여 통증이 감소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겨울에는 관절이 굳어 있는 상태이므로 가능하면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을 통해 관절의 온도를 높이면서 서서히 본운동에 들어가야 한다. 운동은 주로 평지 걷기와 자전거 타기가 권장되며 달리기나 계단오르기.등산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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