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희의 SUCCESS 인상학] 인상은 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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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인상학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는 대로 생긴다'라는 말이 사실은 더 맞는 말이다. 인상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마음에 따라, 삶의 방식에 따라, 직업에 따라,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등 수많은 요인에 따라 달라지며, 얼굴의 주인이 어떻게 노력하는지에 따라서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화가 다빈치는 자신의 그림 속 도둑의 모델이 필요했다.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적합한 사람을 찾아냈다. 그런데 그가 도둑 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했던 사람은 알고 보니 수년 전 예수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뒷골목에서 험하게 살아온 몇 년의 생활이 예수에서 도둑의 인상으로 변하게 한 것이었다.

인상학의 이론은 영.혼.육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는, 동양의 인생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일상생활에서 즐거우면 밝은 인상으로, 분노하면 찌그러진 인상으로, 슬프면 어두운 인상으로 변한다. 사람의 얼굴은 사유의 방법에 따라 표정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근육의 변화를 이뤄내 마침내 그 얼굴 속에 자신의 운명과 삶의 방향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얼굴뿐 아니라 마음의 모습, 체상, 언상, 걸음걸이 등 그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과 행동에도 나타난다. 체형은 선천적으로 생물학적 유전에 기반하므로 불변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체형도 사회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신체의 근육활동을 촉진하면서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얼굴이 캔버스라면 채색을 하는 물감과 붓은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뼈대야 고치기 힘들다지만 얼굴의 색이나 분위기는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는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길은 갈 탓, 말은 할 탓, 인상은 만들 탓이다. 얼굴의 30% 정도가 타고나는 것이라면 70%는 후천적 환경이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상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이마다. 청문회 스타 시절 그의 이마를 보면 지금과 확연히 다르다. 이마의 주름이 지금처럼 일자로 확실하지 않고, 중간 중간 끊어져 울퉁불퉁한 난문(亂紋)이다. 이마의 난문은 초년 공부 운이 끊어지는 등, 비포장도로 인생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선거 무렵 盧대통령은 이마에 보톡스 시술을 했다고 한다. 부작용이 제법 있다는 보톡스가 그에게는 성공적이어서인지 이마의 주름이 크게 일자를 이루었다. 이런 주름은 자기 대에서 일가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통령도 되고, 이제 자신의 당을 만들기까지 하는 일련의 역정을 바로 이 주름이 보여준다. 盧대통령의 경우는 인공 시술이 첨가되긴 했지만, 역시 자신의 강한 의지가 담긴 근육운동을 통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인상을 바꾼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음으로 얼굴의 상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본 재미난 사례도 있다. 노자의 제자들이 동네에 상을 잘본다는 사람을 데려와 선생님의 상을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일이면 죽겠다고 했다. 제자들이 크게 걱정하자 노자는 웃으면서 내일 그를 다시 데려오라 했다. 다시 온 그 사람은 이번엔 노자가 오래 살겠다면서 "나는 선생의 상을 못 보겠다"고 했다 한다. 마음이 상을 어찌 만드는지 노자가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노자나 되니까 그렇듯 자신의 마음을 순간이동으로 요리할 수 있는 것이지 범인(凡人)들에겐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상은 반드시 변하게 된다.

얼굴의 근육은 좋은 사람 만나서 활짝 웃고, 기분 좋게 살면 눈빛이나 화색이 달라져 인물이 달라지게 된다. 긍정적 마음의 작용이 건강한 몸과 어우러질 때 상이 좋게 변화하는 것이다. '사랑을 하면은 예뻐져요~'라는 유행가 가사가 거짓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보지 않는가.

자기인생을 반듯하게, 힘차게 사는 사람은 그 코도 힘이 있고 반듯하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은 얼굴 근육이 올라붙어 나이가 들어도 동안으로 보인다. 항상 열심히, 목표를 지니고 사는 사람은 눈빛이 맑고 빛이 난다.

한편 성격이 날카로워 자꾸 인상을 쓰면 이마의 양쪽 눈썹사이에 있는 명궁이 닫혀 복이 들어오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다 보면 자꾸 인상 쓸 일만 생긴다. 웃음이 없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근육이 처지면서 입 꼬리가 처져 울상이 되고, 결국 울 일이 생기게 된다. 누군가를 욕하거나 갖가지 불평을 늘어놓다 보면 자꾸 눈과 입이 비뚤어져 성공적인 삶과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책을 많이 읽으며 명상을 즐겨하다 보면 좋은 눈빛과 인상을 갖게 된다.

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일상의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출근길, 가슴을 활짝 펴 태양의 기를 충분히 받고, 마음이 우울하더라도 동료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해보자. 좋은 기운을 보내면 반드시 좋은 기운이 돌아오게 된다. 사람을 볼 때도 반듯하게 보고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자.

소크라테스도 인상학을 연구했다고 한다. 제자인 플라톤은 선생의 가르침을 늘 가슴에 두고 매일 아침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마음 관리를 했다고 한다.

우리도 지금, 거울을 들여다보자. 맑게 닦은 유리거울 속에 얼굴뿐 아니라, 마음까지 비추어보자. 균형과 조화가 잘 잡힌 얼굴인가. 밝고 바르고 원만하고 편안한 마음인가. 그리고 이렇게 세번만 되뇌어보자. '마음이 변하면 인상도 변한다'.

인상은 인생의 모습이다. 인상을 안다는 것은 곧 인생을 안다는 것이다. 인상 구석구석의 의미를 알면 자기 자신을 알게 되고, 주어진 인생과 흐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다스리다 보면 인상이 다스려지고 인생도 다스려지는 것이다.

인상학은 이렇듯 어떠한 인생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니까 체형이 이렇게 변해가고 얼굴 또한 그렇게 변해 간다는 식으로 인간의 주체적인 역량을 강조한다. 그래서 인상학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사유체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상학이란 삶의 태도, 곧 인생관에 의해 이미 주어진 외형을 가꾸고 다듬어 가는 학문적 작업이며 더 나아가 인간학(人間學)이라고 할 수 있다. 얼굴에 나타난 그대로의 운을 일러주는 학문이 아니라 이를 잘 응용하여 운을 열어주는 개운학(開運學)이며 적극적으로 운을 개선해 주는 개운학(改運學)인 것이다.

주선희 인상학자

*** 인상학자 주선희씨는 …

얼굴에 나타나는 찰색으로 현재의 상황과 운기를 읽어내는 독보적인 찰색전문 인상학자. 조선조 관상감의 후손으로, 타고난 직관에다 부단한 공부로 인상학의 체계를 세웠으며 비교종교학 박사, 동양철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원래는 대학에서 종교음악을 전공했으나,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뿌리치지 못해 1989년 강의활동을 시작해 중앙공무원연수원 고위정책과정, 삼성그룹 사장단 등 수많은 기업과 단체,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운영위원.한국도교학회 이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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