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반집을 좌우한 팻감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2국 하이라이트9>
○ . 이창호 9단(왕 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장면도(268~282)=끝내기 실수가 오가며 형세가 거듭 요동치더니 결국 반집 승부가 됐다. 마지막 초읽기에 반집 승부. 지옥이 따로 없다. 머리로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 탓인지 이창호 9단은 연신 찬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고 있다. 윤준상 6단이 267로 따낸 것은 반집의 불리를 느꼈기 때문이다. 초읽기 와중에도 268쪽을 이으면 반집패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패로 버티고 있다.

이 마지막 버티기가 주효해 반집의 저울추가 다시 흔들린다. 패는 백이 이길 수 없고 그렇다면 흑의 반집승인가. 그러나 278에 두는 수가 있었다. 이때 흑이 280 자리에 한번만 더 둘 수 있다면(팻감이 하나만 더 있다면) 바둑은 흑 승. 그러나 팻감이 없다. 백이 잇따라 A로 따내면 흑 7점이 단수가 되기 때문에 흑은 다른 곳에 패를 쓸 수 없다. 278의 효과다.

흑은 눈물을 머금고 패를 해소했고 백이 280의 역끝내기를 해치웠다. 이것으로 백의 반집승은 부동이 됐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연장책으로 둔 흑?들이 귀중한 팻감을 없앤 패착이 됐다. 269로 B쪽부터 패를 썼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창호 9단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278의 승착을 찾아낸 것은 놀랍다. 이 9단 역시 실수가 많았으나 이날은 운이 따라줬다. 290수에서 종국해 계가하니 역시 백의 반집승. 왕위전 도전기는 1대1이 됐다(271.274.277=패때림, 279=268).

※바둑의 별칭인 오로는 까마귀와 해오라기(烏鷺) 외에 까마귀와 이슬(烏露)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자의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26일자 본란의 이슬(露)을 해오라기(鷺)로 정정하며 혼란을 끼친 점 사과드립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