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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하루 2방 … "처음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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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KIA와의 경기에서 홈런 2개를 치며 팀의 8-1 승리를 이끈 롯데 정수근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의 정수근은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다. OB(현 두산) 시절이던 1995년부터 빠른 발로 명성을 쌓았지만 왜소한 체격 때문에 홈런은 남의 일로 보였다. 당시 선배 김민호(현 두산 코치)로부터 '네가 홈런을 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장난 어린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정수근은 96년 한 개의 홈런을 시작으로 매년 잊을 만하면 하나씩 홈런을 신고해 왔다. 정수근의 시즌 최다 홈런은 3개. 통산 세 차례 기록했지만 4개를 친 적은 없다.

그런 정수근이 26일 의미 있는 이정표를 꽂았다. KIA와의 광주 원정경기에 톱타자로 출전한 정수근은 1회 초 KIA 선발 스코비의 시속 138㎞짜리 초구 직구를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프로야구 통산 21번째이자 시즌 첫 번째 1회 초 선두타자 초구 홈런이었다. 시즌 3호 홈런이었다.

4회 초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정수근은 볼카운트 1-3에서 또다시 스코비의 높은 직구를 강타했다. 1회 초와 같은 구질, 같은 코스, 같은 속도였다. 타구는 1회 초와 똑같이 광주구장 오른쪽 스탠드에 꽂혔다. 정수근의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4개)이자 생애 첫 한 경기 2홈런이었다.

17일 올스타전에서도 홈런으로 최우수선수에 뽑혔던 정수근은 "올해 마음고생이 심했고 술도 끊었다. 최선을 다해 톱타자 노릇을 할 테니 후반기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분명히 정수근이었다.

스코비는 이날 롯데 타자들의 배팅볼 투수였다. 정수근 외에도 1회 이대호에게 투런 홈런, 2회 강민호에게 솔로포, 5회엔 박현승에게 다시 한 방(1점)을 먹었다. 5홈런은 한 경기에서 한 투수가 내준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이다. 이대호는 시즌 21호이자 개인 통산 100호 홈런을 기록했다. 롯데는 KIA를 8-1로 꺾고 광주에서 1패 후 2연승했다.

삼성도 두산 선발 랜들을 무너뜨리며 8-6, 2연승으로 4위에 복귀했다. 삼성 심정수는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20호 고지에 올랐고 양준혁은 8회 내야안타로 시즌 100안타를 채워 사상 첫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박경완(SK)은 5회 시즌 10호 홈런을 쏘아 장종훈.양준혁에 이어 세 번째로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다.

프로야구는 이날 337경기 만에 302만1099명이 입장해 96년(286경기) 이후 11년 만에 최소 경기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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