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진통 '유아 무상교육'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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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의 젊은 여성 수천명이 지난 5일 이후 사흘째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 집결했다. '젊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들이었지만 개중엔 미니스커트에 롱부츠, 세련된 화장의 멋쟁이들도 끼여 있었다.

시위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여성들은 사흘 내내 이곳에서 목이 터져라 데모를 벌였다. 팔을 흔드는 품새는 어색했지만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만은 절박했다. 진풍경은 이들이 두 그룹으로 갈라져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사 앞 3.5m짜리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진영이 형성됐다. 유치원 교사들이 주축을 이룬 한쪽에선 "유아교육법 제정"을, 어린이집 교사들이 주가 된 반대쪽에선 "유아교육법 철회"를 외쳤다. 사흘간의 격전을 벌인 데모대는 각자 일정한 실리를 챙긴 채 7일 오후에야 해산했다.

유치원 교사들과 어린이집 교사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던 '유아교육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 법의 제정을 반대해온 보육계의 주장을 수용한 '영유아보육법안'의 수정안도 함께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7일 "유아교육법 수정안과 영유아보육법 수정안을 8일 본회의에서 함께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도 같은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교육법은 만 3세에서 취학 1년 전까지의 유아에게 단계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되, 필요한 비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가 보육시설에 다니는 저소득층 유아들에게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유아교육법이 제정돼 교육부가 유치원에도 교육비를 지원할 경우 유아들이 유치원 쪽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97년 발의된 유아교육법안은 폐지와 재발의 등을 거듭하다 지난해 12월에야 겨우 상임위를 통과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결국 한나라당은 유아교육계가 요구한 사립 유치원의 인건비 지원과 보육계가 요구한▶보육시설 내 생활기록부 마련▶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등의 5개항을 각각 수용한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 수정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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