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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골프장사업 좋은시절 다 지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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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공때까지만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사업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골프장사업이 최근엔 「미운 오리새끼」로 변모,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골프장회원권이야말로 명예와 부를 상징하는 사회적 신분증과 다름없었다. 골프장 오너입장에서는 회원권이 날개 돋친듯 팔리니 별로 돈들이지 않아도 수십만평의 골프장을 소유할수 있고 땅값은 가만히 있어도 오르니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막대한 부를 쌓을수 있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80년대들어 국민소득증가와 함께 골프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공휴일부킹(골프장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골프부킹을 관공서를 상대로한 로비에 사용하기도 했다.
D사의 경우 경영난으로 많은 자회사를 팔아넘기면서도 골프장만은 끝까지 고수, 기업회생에 큰 몫을 해냈다는 것은 골프계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반면 H기업은 정부방침에따라 반강제로 골프장을 내놓은 후 회장이 골프장을 돌아보면서 눈물까지 흘렸다는 후문도 있었다.
골프장사업 인·허가권이 정부부처인 교통부에서 시·도로 넘어간 88년7월이후 무더기로 사업인가가 날때 재벌그룹은 물론 웬만한 돈이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것없이 골프장사업에 뛰어들었다.

<90년들어 "찬바람">
그룹산하에 골프장이 없어 대정부 로비활동에 애를 먹었던 현대·럭키금성·금오·한진·두산·코오롱등 재벌그룹들이 골프장사업에 참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불과 4∼5년전까지만해도 재계에서 골프장사업은 허가를 얻기가 어려위서 그렇지 사업성이야 단연 뛰어난 업종으로 손꼽혔다. 이 때문에 5공때는 골프장 허가에 30억∼50억원을 고위층에 상납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었다. 6공들어 여론이 나빠지자 정부는 89년7월이후부터 골프장건설허가에 대중골프장 6홀을 건설하든지 대중골프장 조성기금 30억원을 내도록하는 부대조항을 삽입시켰다.
이처럼 호황(?)을 누렸던 골프장사업이 9O년대 들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 현재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공사를 중단한 업체가 속출한 것은 물론 일부는 부도로 도산하는등 사회문제화 되고있다.
골프장사업이 갑자기 사양산업으로 추락하게 된 원인은 물론 국내경기의 불황에도 있지만 첫째는 엄청난 물량의 회원권이 쏟아진데 있다. 회원권을 살수 있는 시람은 한정되어 있는데 회원권은 쏟아지니 팔리지 않고 자금이 돌아가지 않으니 공사를 계속할 수가 없는 것이다.
89년이후 승인난 골프장은 모두 1백l5개로, 회원제가 93개이며 대중골프장이 32개다(신설골프장사업협회 자료).
승인연도별로 보면 89년 58개소, 90년 27개소, 91년 6개소, 92년 2개소로 되어있다. 그러나 92년도에 허가난 것은 90년에 신청한 것으로 서류문제로 늦어진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3년동안 골프장인가가 단 한건도 없어 골프장사업의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있다.
지난 67년 한양CC가 개장한후 89년까지 42개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1백15개의 골프장승인은 엄청난 양. 골프장개장도 9O년까지는 1년에 1∼2개에 불과했으나 91년에 6개, 92년에 9개가 한꺼번에 개장, 연간 5천장이상의 회원권이 시장에 쏟아졌다.
또 온갖 청탁성 부킹이 판을 쳐 회원들의 라운딩이 어려워지자 회원권에 대한 메리트가 상실된데다 최근에는 정부의 사정한파까지 몰아쳐 기존회원권마저 시장에 나와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더구나 골프장사업은 사치업종으로 분리되어 금융지원을 받을수 없는데다 종토세·취득세등 각종세금중과와 토지개발부담금·대중골프장 조성기금등 각종부담금도 엄청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심한 자금난을 겪고있다.
이 때문에 승인골프장의 60∼7O%는 공사조차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우정힐스·동진·서서울·코리아CC등 10여개골프장은 공사를 다 끝내놓고도 세금및 부담금이 엄청난데다 회원권시장의 불황으로 개장을 못하고 있다.

<착공조차 못하기도>
신설골프장에 비해서는 다소나은 편이지만 기존골프장도 어려움을 겪고있기는 마찬가지.
종토세·부가세·특소세·법인세등 각종세금이 엄청나게 늘어난데다 준조세성격의 개발이익금까지 부담해야해 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또 김영삼대통령의 재임기간중 골프단절 천명으로 골프장에 찬바람이 휘몰아쳐 내장객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새 정부의 사정한파가 골프장에도 거세게 몰아쳐 골프장마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50%까지 내장객이 줄어들고있다.
골프장업계에서는 비교적 내장객이 많다는 36홀의 골드CC경우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내장객이 5천9백44명에 불과, 지난해 같은 기간 (7천6백38명)에 비해 78%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내장객 30~50%감소>
그런가하면 캐디(경기보조원)들도 아우성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주말이나 공휴일은 하루 두번 라운드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으나 요즘은 한라운드만 돌아도 다행이며 평일에는 공치기가 예사여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두달가까이 필드에 나가지 못한 고급공무원들과 대기업의 간부들은 언제나 골프해금(?)이 풀릴 것인지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으며 일부는 연습장에만 나가는 것으로 만족하고, 일부는 아예 등산·테니스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회원들과 대기업 홍보관계자들은 희희낙락하고 있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공휴일을 「회원의 날」로 운영하고 있는데다 부킹마저 쉬워져 라운딩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기업 홍보관계자들도 국회의원이나 고급공무원들이 골프장에 나가지 않으니 골치 아픈 부킹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코리아CC및 골드CC의 이동준회장은 『현재 골프장사업은 자력만으로는 치료하기 힘든 중증을 앓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골프장이 체육시설인만큼 사치업종에서 분리, 세율을 낯춰주고 각종 분담금의 분할납부와 함께 여신을 풀어 자금난에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병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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