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대통령 나라 잘 이끌었다”/김상협씨가 내린 인물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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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 탄압·독재속에 근대화 치적 박정희/정치정화 잘못… 단임 평가할만 전두환/앉아서 「공짜업적」복 많은 사람 노태우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5공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김상협 고려대 명예총장은 26일 교내 정경관에서 열린 고대 언론대학원 제1기 최고위과정 특별강연에서 『역대 대통령론』이란 특별강연을 통해 이 문제를 조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이란 배가 작게 보면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위태하게 진행하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성공적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보고 『역대 대통령들이 배의 방향을 잘 잡아나갔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성공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이승만대통령에 대해선 『내정에는 병신이었지만 외교에는 귀신』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박사는 2차대전후 세계가 미국과 소련의 양대진영으로 갈라진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될 것임을 위대한 선견지명으로 내다보았다』면서 『당시 중립이니 좌우 합작이니 하는 국내의 주장들을 모두 물리치고 남한 단독정부를 세웠기 때문에 오늘의 번영된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으며 앞으로 통일도 내다볼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희대통령에 대해선 「개발독재」라고 규정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야당을 탄압하며 독재정치로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꼭 한가지 잘한 것이 있다』면서 『그것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근대화와 산업화를 달성,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환대통령에 대해선 『박 대통령 사후의 혼란으로 한국이 제2의 월남이 될지도 모를 위험속에서 핀치히터로 등장,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서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고 정치정화·삼청교육대·언론통폐합 등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나 경제개발에 주력해 무역수지 1백억달러 흑자를 달성했고 올림픽 유치·한강개발 등 많은 업적을 이뤘으며 또 단임을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노태우대통령에 대해선 『일을 안해도 저절로 성과가 나는 행복하고 운좋은 사람』이란 것이 김 명예총장의 평가다. 그는 『노 대통령은 임기중 학원소요·사회불안·좌경세력 등의 문제가 심각한데도 흐지부지 가만히 뒀으나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힘입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됐다』면서 『일을 안한 것이 일을 한 것으로 되는 가장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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