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다시 태어나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금 우리군은 만신창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밖에서 새로 입힌 상처가 아니라 오랫동안 곪아온 환부가 개혁의 물결을 맞아 터진 것이다. 위로는 참모총장이 장성 및 대령진급을 미끼로 거액의 돈을 받아 축재한 혐의가 드러났다. 영관급장교가 낀 부산군수사령부의 군장비유출사건이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탈영병이 무기를 들고 나와 난동을 부렸다.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구입을 둘러싸고 비리가 있었다는 전 참모총장의 폭로까지 나왔다. 대장에서 일등병까지,최고사령부에서 말단부대에까지 상처투성이다. 실로 통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그동안 우리 군이 너무나 성역시되어 국민적 감시나 국가적 사정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5·16이후 30여년간 군이 정권의 창출과 유지의 버팀목이 되다보니 정·군유착이 심화됐다. 그 막대한 국방예산은 공개되지 않았고 그것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사후 감사도 철저하지 못했다. 그런 환경에선 부정과 비리가 싹트게 마련이다. 그러한 문제점이 군사기밀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중요장비의 선택이 그 성능이나 효율보다도 로비와 압력에 더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리나 불법의 차원이 아니다.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중대사다. 또 고급장교의 인사가 능력이나 실적보다도 인맥이나 금품거래에 좌우된다면 그것은 군기강의 구조적 파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제 그런 군의 오래된 환부에 대한 수술이 시작됐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군의 내부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문민정부가 새로이 들어서서 사회전반에 걸쳐 과감한 과거청산을 시작했고 외부로부터의 안보위협도 그리 심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군내의 부정과 비리를 철저히 추적해 군개혁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폐단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뿌리뽑고 예방장치를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정화작업은 빠를수록 좋다. 군임무의 특수성이나 조직의 미묘성을 고려해 가급적 단시일에 수술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 군에 대한 국민의 곱지 않은 눈초리 때문에 군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전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군의 정화작업을 제한하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국방부는 25일 국방부와 각 군수뇌부들의 긴급지휘관회의를 열고 군의 인사·방위산업 등 전반에 대한 비리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군 단독의 자체 수사보다는 다른 사정기관과의 공조수사가 더 수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군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빨리 묵은 때와 상처를 씻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가의 간성으로서의 늠름한 모습을 다시 보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