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별」 못단 대령부인이 투서/김 전 총장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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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씨 부인에 6천만원 주고도 “실패”/검찰 군동요 의식 모양갖추기 신경
○…김종호 전 해군참모총장의 뇌물수수비리는 남편의 장성진급을 앞두고 두차례에 걸쳐 6천만원의 돈을 주고도 진급에 실패한뒤 예편,병까지 얻은 서모 예비역대령의 부인 조모씨의 한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후문.
조씨는 89년 12월 김 전 총장의 부인 신영자씨(54)에게 1백만원권 수표로 2천만원을 주고도 진급에 실패하자 90년 12월 또다시 4천만원을 주었으나 오히려 신씨로부터 『별값이 얼마인줄 아느냐』는 「타박」만 받고 4천만원만 돌려 받았다고 주장.
조씨는 또 91년 1월 미리 적어놓은 수표번호를 근거로 수사기관에 진정,안기부의 조사까지 받았으나 곧이어 터진 수서사건의 와중에서 뒤처리가 흐지부지되었고 수사가 시작되자 나머지 2천만원을 되돌려 받았으나 이 돈은 자신이 건네준 수표가 아닌 또다른 장성 진급자의 예금계좌에서 인출된 것이었다고 폭로.
○…조모씨는 22일 검찰이 출두요청을 하자 『3년전 진정서를 들고 쫓아다닐땐 본체도 하지 않더니 느닷없이 웬일이냐』고 한탄성 항의를 했다고 수사관계자가 전언.
검찰은 김 전 총장의 부인에게 돈을 줬다는 확실한 진술을 기대할 수 있는 조씨에게 『예전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문민정부가 확실한 진상을 모두 밝히겠다』고 설득,조씨로부터 『23일중 서울로 올라가 진술하겠다』는 대답을 얻어냈다고.
○…언론과 검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김 전 총장 부인은 신변의 위협을 느꼈음인지 22일 오후 5시30분 방송뉴스를 통해 대검의 수사착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잠적.
수사관계자는 23일 새벽 『부인 신씨만을 자진출두 형식으로 모시고 오려 했으나 뉴스를 듣잠자 부인이 나갔다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면서도 『출국금지까지 된 마당에 해군대장을 지낸분이 숨어야 어디에 숨겠느냐』고 신병확보를 자신.
김태정중수부장은 23일 오전 10시5분쯤 보도진이 보는 앞에서 김 전 총장과 통화,수사협조를 요청해 응낙을 받기도.
○…대검중수부는 전직 해군대장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군의 동요를 의식하는듯 모양갖추기에 특별한 신경.
대검고위관계자는 『전직 해군참모총장을 검찰이 소환한다면 그것은 곧 구속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부인을 먼저 소환,조사하려는 것도 완벽한 증거수집이라는 절차와 형식을 모두 갖춰 김 전 총장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
이 관계자는 『명예를 먹고사는 군도 뇌물진급이라는 희대의 사건에 치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행여 언론이 이번 사건 수사를 놓고 군과 검찰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지 말아달라』고 특별히 주문.
이 사건 수사 총책임을 맡은 김태정중수부장은 군복무시절 해군법무관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져 해군과 묘한 「인연」.
○…군주변에서는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 소식이 전해지자 『마침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진급을 둘러싼 군내의 「뇌물 사슬구조」가 다른 사람도 아닌 전직 총장을 통해 드러난 때문인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당국은 『과거 군이 체계가 잡히지 않았을 때 있었던 일로 지금은 그같은 비리가 사라진지 오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진급과 관련한 뇌물수수는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주로 진급대상자의 부인이 군수뇌의 부인이나 병과의 직속상관,진급 심사위원 등의 부인간에 이뤄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편 국방부는 군에서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김 전 총장 당시는 물론 그 전후의 인사 및 육군·공군 등 타군의 인사비리에도 수사가 확대될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김준범·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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