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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여론 탐색위한 양동작전/북한 NPT복귀설 속뜻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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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격상된 대미협상서 기선잡기 속셈 가능성/복귀해도 핵개발의혹 여전… 사찰 선행돼야
남북관계를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는 북한핵문제는 과연 해결의 조짐이 보이는 것일까.
지난 3월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조치로 빚어진 남북관계의 긴장이 중국의 중재,미국과 북한의 고위급회담 추진 등으로 점차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NPT복귀설이 나돌아 남북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걸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유엔대표부는 22일 연합통신과의 인터뷰에서 『NPT탈퇴발표를 철회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일부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고,미국무부도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한간 고위회담에 대해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의 한 당국자는 『최근 전반적인 추세로 봐서 북한이 핵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고 말해 북한의 NPT복귀 보도가 전혀 턱없는 얘기가 아님을 시사했다.
북한의 재외공관에서 NPT복귀방침을 흘리고 뒤이어 유엔대표부에서 이를 부인한 것은 한쪽에서는 이를 흘리고 다른쪽에서는 부인,북한의 속셈을 감추면서 여러 각도에서 바깥 반응을 탐색하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북한의 이같은 전략은 미국에 핵문제를 놓고 직접 협상하면 뭔가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워 보자는 속셈이 깔려 있는 듯하다.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핵문제를 완전히 양보한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아래 이를 급히 거두어 들인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NPT에 복귀할 것이란 어떤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북한이 핵문제를 끝내 벼랑으로 몰고가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적인 예상을 근거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한당국자는 『북한의 NPT탈퇴가 확정되는 6월12일을 데드라인으로 놓고 볼때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려할 경우에는 어떤 신호를 내놓을 때가 됐다』면서 『북한이 당국 차원의 고위급회담이나 공동위재개 등을 제의하거나 통일전선 차원에서 비당국 수준의 대화를 제의해올 공산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단계에서 북한의 NPT복귀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고 더구나 북한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믿는 것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NPT에 복귀한다고 해서 핵개발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개발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과 남북한 상호사찰이 필수적이다.
즉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이 「짝이 맞지 않는 장갑 한켤레」라는 말로 적절하게 표현했듯이 북한이 IAEA에 추출했다고 보고한 플루토늄 양과 IAEA가 실제로 조사한 플루토늄 양 사이의 「중대한 불일치」에 따른 의혹을 해소해야만 한다.
요컨대 핵시설을 완전히 공개하겠다는 방침아래 특별사찰과 임시사찰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이 NPT복귀설을 흘리면서도 IAEA가 보려고 하는 영변소재 두개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은 결코 응할수 없다고 고집하는 것은 북한의 태도를 의심케 하는 측면이다. 군부의 강경론이 유지되는한 핵개발포기는 어렵게 되어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특히 북한은 NPT에 복귀한다고 해도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요구한 네가지 사항,즉 팀스피리트훈련 영구중지,주한미군 철수 등을 계속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정부도 북한핵문제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면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때까지는 논평을 유보키로 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핵문제를 놓고 미국­북한간의 고위협상이 예정되어 있고 중국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 북한핵문제가 곧 협상의 테이블에서 흥정거리로 등장하게 됐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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