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기업 불황으로 채용 격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인재가 돌아온다” 일 지방 기업 희색/「지방U턴」 작년보다 40%나 늘어/자치단체도 설명회 개최 “신바람”
일본의 지방기업에는 올해가 인재확보의 호기가 될 것 같다. 대도시 기업들이 내년봄 대학졸업예정자의 채용을 줄이는 바람에 지방기업에 취직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기업과 자치단체는 이같은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예년에 없이 취직설명회를 조기 개최하는 등 인재확보 작전에 나서고 있다.
전국 각지의 구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동경 치요다(천대전)구의 학생직업센터에는 신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벌써부터 내년봄 취직에 대비한 학생들이 붐비고 있다. 이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예년보다 증가한 학생들의 지방기업 취업희망이다.
고바야시 마사가쓰(소림정승)직업센터 실장에 따르면 『올해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돌아가려는 소위 지방U턴 학생수는 지난해보다 40%나 늘고 있다. 특히 대졸남자의 증가율이 높다』고 밝혔다.
대도시 기업들이 불황으로 신입사원 채용을 크게 줄인 반면 지방기업은 영업실적이 비교적 좋은 편이기 때문에 내년봄 신입사원채용계획이 예년과 비슷하다. 게다가 지방은 대도시보다 넓은 집을 싼값에 구할 수 있고 시간여유도 많다.
홋카이도(북해도)가 고향인 한 학생은 『살기쉽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급여가 조금 적더라도 지방이 대도시보다 좋다』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와세다(조도전) 대학 취직과는 『지금까지 거들떠보지도 않던 지방의 중견 중소기업을 찾는 학생이 지난해부터 눈에 띄고 있다. 올해는 이같은 경향에 박차가 가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들 학생을 끌어모으기 위한 작전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나가노(장야)현은 이 지방 출신 대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동경에서 실시해온 현내기업에 대한 취직안내를 예년보다 약 1개월 앞당겨 오는 27일 실시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은 『생활이 편리한 지방에서 여유있는 삶을 갖자』이다.
민간기업들은 이보다 앞서 오는 21일 약 2백80개 회사가 참가하는 합동기업설명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의 관심과 실제 지방기업에 취업을 하는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심을 보이다가도 막상 결정할 때는 역시 대도시 기업쪽을 택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취업을 원하는 유망한 기업이 지방에 많지않은 탓이다.
산업기반이 두터워 대도시 대학 졸업생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숫자가 가장 많은 시즈오카(정강)현의 경우 취득희망률은 73%인데 실제 취업률은 50%밖에 안된다.
이처럼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지방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 지방자치가 발달,비록 지방이라 하더라도 각종 문화생활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하루 평균 3시간정도의 출퇴근시간과 살인적 집세에 시달려야 하는 대도시를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만은 틀림없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