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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한국」민간업계 상징적 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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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와 내년은 한국관광이 획기적인 전기를 맞는 해.「94한국방문의 해」를 앞두고 산업올림픽인 93대전엑스포와관광올림픽인「94 PATA(태평양아시아관광협회)총회」등 대형 국제이벤트가 줄을 잇기도 하지만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관광부문을 흑자로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
그러나 한국관광은 관광수지 적자가 지난해말로 3억5천만달러를 넘어섰고, 일본과 미국경제의 부진으로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관광서비스 분야의 소비성 서비스업 제외 등 캄플성진흥책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88올림픽이후 한동안 흑자기류를 탔던 관광업계로서는 좌절과 당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관광하면 선뜻 떠올리는 곳은 관광공사다. 사실상 교통부 관련업무에 제한돼 있고 관광이 정부간 교류보다는 민간교류차원에서 폭넓게 이루어지고 대상이 건설·문화체육·농수산· 환경· 패션디자인 등에까지 걸쳐 있다는 점에서 종합기능을 갖춘 한국관광협회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협회 회장이 비상근직이고 조직도 비탄력적인점이 문제다. 호텔과 여행업계등 이해관계가 다른 업체들이 모여있고 예산조달도 대형호텔등 일부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도 없지않다. 특히 상근 직원중 상당수가 낙하산식으로 채용돼 기동성과 순발력이 떨어지고 장래를 내다보는 기획력도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한국관광의 상징적인 총수인 관광협회장은 장관급으로 분류된다. 실제 지난 63년3월 관광협회 설렵이후 30년동안 17대를 거쳐간 12명의 관광협회장들 대부분이 장관이나 국회의원·대기업 사장 등을 거쳤고 정부와 사회의 주요 요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현직을 떠난 뒤에도 대부분 비중있는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관광협회는 제3공화국 출범직후 정부가 장기 경제개발 계획을 세우면서 「대한관광협회」란 이름으로 탄생됐다. 61년 8월 관광사업진흥의 새 기틀로 관광사업진흥법이 제정되고 상공회의소 회윈들이 중심이 되면서 부분적으로는 관광산업과 거리가 먼 사람들까지 참여했던 것. 당시 관광협회 초대회장 송대정씨 (작고) 도 당시 증권업협회와 상공회의소회장을 거쳤던 비전문가였을 정도였다.
그러나 송회장은 약 1년간의 짧은 재임기간 중에 상공회의소의 조직망을 활용, 국내외에 홍보활동을 펴면서 초석을 다졌고 한국의 존재를 알리는 작업으로 맨먼저 미뉴욕에 주재원을 파견하기도 했다.
정부의 관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교통부는 63년9월 관광과를 관광국으로 승격시켰고, 행정체계가 점점 강화되면서 협회장을 한때 관광공사 사장들이 겸임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초대 송회장으로부터 회장직을 넘겨받은 2대 오재경사장(74)은 당시 적자투성이이던 관광공사사장에 취임한 뒤 불과 1년만에 흑자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하는등 뛰어난 사업적 감각으로 애로사항들을 풀어나갔다.
대한여행사 이사장과 문공부장관을 거친 오회장은 관광공사를 비롯, 철도청·대한항공등 국영기업들을 특별회원으로 가입시켜 재원을 확충했고 회원사를 배증시키는 솜씨도 보였다.
65년 서울에서 개최된 PATA층회는 관광진흥에 대한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하는 계기가 됐고 정부 관계부처에 관광진흥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업계가 다같이 관광산업 진흥에 적극성을 띠게 되자 협회의 위상도 갑자기 부상했다. 일부 정치인 등 정계에서도 부쩍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당시 국회교체위원장이던 박승규의원 (작고)이 3대 회장에 출마, 피선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박회장은 협회 기능강화를 추진, 업종별 협회를 분과위원회로 흡수하고 협회를 전국 관광업계의 대표적인 단체로 위상을 격상시킨다는 뜻으로 명칭을 「대한관광협회중앙회」로 개명했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상공부장관·내무부장관·교통부장관을 두루 거치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진 4대 김일환회장 (79)은 협회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전기를 마련했고 일본 오사카만국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국제활동의 폭도 크게 넓혔다. 김회장은 76년 다시 10대 회장에피선돼 82년까지 3대를 연임하는등 유일하게 4대에 걸쳐 9년 동안 재임, 장수회장 기록을 내기도 했다.
공군 참모총장(중장 예편)출신으로 비행시간이 무려 6천시간을 넘었던 5대 장성환회장 (73)은 취임 1년만에 교통부장관으로 영전돼 재임기간이 매우 짧았으나 차분하고 깔끔한 일처리 솜씨를 보였다.
국회의원 ( 3·5·6·7대 )을 거쳐 취임한 6대 안동준회장 (74)은 당시 관광공사가 영리사업체를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공금유용이란 불미스런 사건으로 도중하차한 케이스 .
현 한진그룹 회장인 7대 조중훈회장 (73) 은 순수 관광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회장에 당선된 인물. 호텔·여행업·관광사진·관광토산품등 5개 업종별 협회를 중앙회로 통합하고 협회 조직과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또 관광공사와 업무를 구분, 교통부장관의 위임사항으로 관광업체의 지도·육성·계몽·감독·서비스개선 활동등을 협회에서 직접 관장토록 했고 협회이름도 지금의 「한국관광협회」로 개명, 새바람을 불어 넣기도 했다.
8대 이한림회장(72)은 육군 중장 출신으로 건설부장관을 거치는 동안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밀어붙이는등 추진력이 강했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고속도로장관이란 별명답게 관광공사에서도 수십명을 감원시켜 화제가 됐었고 종전의 영리사업 위주에서 비영리사업으로 방향전환, 재도약을 꾀하는 일련의 정책사업을 펼쳤으나 6개월이란 짧은 임기로 물러났다. 이임후 터키대사와 호주대사를 지냈다.
9대 김주겸회장(작고)은 주월대사관 공사와 자카르타 총영사, 인도네시아 대사등 오랜 외교관생활을 바탕으로 대외관계에서 탁월한업적을 보여준 인물.
13대 오세중회장(작고)은 여행업계에서 최초로 협회장으로 선출된 케이스. 국내 여행업체중 개인이 세운 여행사로서는 가장 오래된 (주)세방을 창립, 지금까지 회장으로 재임중이다.
14∼16대 3대에 걸쳐 연임한 이건형회장 (53) 은 40대에 관광총수를 맡으면서 뒤어난 사업수완과 협회경영으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등 대형 스포츠행사를 치러낸 인물. 관광종사원 (국내여행 안내원·관광숙박 종사원) 의 등록과 경신, 자격시험을 교통부에서 이관받아실시하기 시작했으며 여행공제회를 구성, 운영해 복지향상에도 힘썼다. 89년 1월1일 해외여행자유화조치를 맞아 안내책임자들의 교육을 강화하고 해외여행 표준코스책자를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이회장은 현재 서울 을지로의 메트로호텔과 우이동그린파크호텔사장으로 있다.
17대 장철희 현회장 (65)은 특유의 활동력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어느때보다 괄목할 만한 협회도약시대를 맞고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대한여행사·관광공사·대한항공·힐튼·르네상스호텔등 30년이상 관광여행업계에서 활약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선 협회조직을 여행업부·호텔업부·이용시설업부와 양본부장제에서 1개 사무처로개편, 통폐합해 조직을 강화했다.
지난해5월엔 유엔산하 국제관광기구 (WTO) 회원으로 가입했고 올해엔 93 한국미스관광선발대회를 개최, 선발된 미인들을 해외에 파견하는등 해외 홍보활동도 적극 펼치고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협회는 서울강남구대치동에 3백27평 규모의 협회회관을 구입, 관광공사에 세들어 살던 중구 다동시대를 마감하고 오는 8월중 이사할예정이다. <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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