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훌리건' 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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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이 24일 '훌리건(난동을 부리는 극성 관중)' 방지책을 발표했다. 26일 부산에서 재개되는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또다시 몸싸움 등 소란이 벌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머리를 짜낸 것이다. 22일 제주에서 처음 열린 연설회에서는 빅2(이명박.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등 추태를 보였다.

우선 당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박관용)는 4명의 후보 측으로부터 서약서를 받았다. 서약서는 ▶플래카드.피켓.막대풍선.징.꽹과리 등 응원도구 일절 반입금지 ▶팬클럽이나 사조직 회원 입장 제한 ▶선관위의 퇴장조치 권한 인정 등 세 가지 항목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식서약을 받지는 않았지만 각 캠프로 통보된 내용도 있다. 선관위 대변인인 최구식 의원에 따르면 앞으로의 연설회엔 후보별 참관인이 50명으로 제한된다. 제주 연설회 때의 250명에 비해 5 분의 1로 줄어든 숫자다. 또 이렇게 입장한 지지자들은 선관위가 지정해 놓은 구역에만 앉아야 한다. 최 의원은 "빅2 지지자들 사이에는 특별히 '세이프 존(안전지대)'을 둘 예정"이라며 "이 구역에는 경호업체 직원을 배치해 충돌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발한 아이디어들도 나왔다. 선관위는 지지자들이 유니폼을 입는 것도 막을 예정이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 느끼는 소속감이 다른 후보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성을 강화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관객석에 대한 사진과 비디오 촬영도 강화할 예정이다. 1980~90년대 경찰에서 시위 주동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실시했던 '채증'을 하겠다는 얘기다.

최 의원은 "훌리건 같은 '선거꾼'의 출입을 막는 게 관건"이라며 "신원이 확인된 난동자는 다음 연설회부터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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