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유머집 『YS는 못말려』 발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최초의 조크집『YS는 못말려』가 13일 출간됐다. 나래미디어에서 「YS시리즈」1번으로 낸 이 책은 초판 1만부가 나오자마자 매진되고 재판에 들어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통치자에 대한 유머는 그동안 입으로만 전해져 오던 것인데 이번에 나온 책은 개그작가 장덕균씨가 그것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공식출간했다는 점에서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한편 나래미디어 김준묵대표는 이날 청와대 이경재 공보수석을 방문하고 책을 전달했다 .다음은 책에 실린 유머들.
■청와대 오찬
대통령이 된 후 새 내각을 구성한 YS가 각료들과 청와대에서 첫 오찬을 들던 날, 식사에 앞서 YS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청와대 오찬이라고 해서 대단한 줄 알았겠지만 칼국수입니다. 앞으로도 칼국수 아니면 설렁탕 정도일 것입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김치가 딱 한쪽 남았다.
각료들은 서로 눈치만 보는데 황인성 국무총리가 용기를 내어 김치에 젓가락을 댔다.
그 순간 황총리 바로 옆에 앉아있던 YS가 다급히 말했다.
『황총리!』
『네?』
『찢어요.』
■안기부장
YS가 정치공작의 대명사인 안기부 기구를 축소하고 안기부장의 국무회의 불참을 지시하자 기자들이 그 배경에 대해 물었다. 『안기부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통상적인 관례였는데 불참토록 한 이유가 뭡니까.』
그러자 YS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몰라서 묻나? 장관들이 대통령과 회의하는데 부장이 어떻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노. 국장도 못끼는데.』
■부창부수
재산공개로 인한 여파로 민자당을 떠나야 했던 의원들의 천태만상.
정동호의원의 부인이 당기위원회에 나타나 재산관리는 자기가 했는데 왜 남편을 문책하느냐고 소동을 벌였다.
이런 해프닝에 당직자들은 어이가 없었다.
『정말 부창부수로군.』
그 말을 듣고 있던 YS가 무릎을 탁 치며 『그 말 딱 맞다. 부부가 창을 하면 부수입이 생긴다, 그 말이지.』
■시키기만 하셔요
팔십 노구를 끌고 정주영이 YS에게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
『대선때 제가 비난했던 것은 고의가 아닙니다. 다 선거전략의 일환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승자께서 너그러이 관용을 베풀어주셔요. 살려만 주시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YS는 의미있는 웃음을 지으며
『정말 뭐든지 하겠어요?』
『예, 뭐든지 시키기만 하셔요.』
그러자 YS가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 콩밥 잡수셔요.』
■정상회담
YS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통일과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졌다.
『멀잖은 장래에 남북정상이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YS가 말했다.
『백두산 정상에서 해야하나, 아니면 한라산 정상에서 해야하나. 그런데 정상회담 거 쉬운 거 아니다.』
기자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YS는 덧붙였다.
『이해가 안돼요? 김일성 주석이 80 고령인데 어떻게 정상까지 올라와서 회담할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어머 실수!
YS가 지방순시를 나갔다 예고도 없이 관청의 국장실로 들어갔다.
국장실안에서 서성거리던 사람이 YS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랐다.
『내가 누군지 아나?』
『그럼요, 대통령 아니십니까.』
국장실안을 둘러보며 YS가 물었다.
『이 지방 올해 예산이 얼마요.』
『잘 모르겠습니다.』
『몰라? 그럼 작년 예산은 얼만지 아나.』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YS가 몹시 진노해서 물었다.
『도대체 어젯밤에 뭐하다 나왔노.』
『새벽 5시까지 퍼마시고 방금 나온건데요.』
『그런 정신상태를 가지고 지방행정이 제대로 이뤄지겠나. 정신상태가 썩었다. 그러고도 공무원이고 국장이가.』
YS의 진노에 사내는 몹시 당황하며 말했다.
『전 그런거 몰라요. 사무실 전기가 나갔다고 해서 수리하러 왔을 뿐인데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YS는 일간지 취재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기자가 물었다.
『박정희정권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일갈했었죠.』
YS는 격세지감을 느끼는 듯 의미있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랬지. 그 시절 내가 의원직 제명까지 당하면서 한 말이었지.』
『그 말씀이 마치 박정희정권의 몰락을 예견한 듯이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착상을 하신겁니까.』
YS는 다소 쑥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 내가 생각해봤지. 돼지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개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좀 이상하지? 또 소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다 내가 비틀 수 없는 거잖아. 그래서 내가 곰곰 생각해봤지. 도대체 내가 비틀 수 있는 게 뭔가? 그런데 딱 닭이 떠오른 거 아이가.』
■병원에서 1
대선 직전 막바지 유세에 힘을 쏟던 YS가 과로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정신을 차린 YS에게 간호사가 다가왔다.
『링게르 한 병 맞으세요.』
그런데 간호사가 제대로 혈관을 찾지 못하고 주사바늘을 꽂았다 뺐다 하자 몹시 고통스런 얼굴로 YS왈.
『아파 죽겠다. 차라리 마 엉덩이에 꽂아라.』
■음주운전
어느날 한 측근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보고를 받은 YS.
『음주운전을 하다니 정신이 나갔나.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다.』
『죄송합니다.』
『적발돼서 어떻게 됐노?』
『벌점 1백점 받았습니다.』
『그래. 니 처음으로 만점 받았구나.』
■무성영화
YS가 극장에 갔다.
마침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하고 있었다.
YS는 모처럼 마음껏 웃으며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한 뒤 몹시 아쉬운 듯 말했다.
『역시 찰리 채플린은 연기를 잘해. 그런데 저 좋은 영화가 스피커가 고장이 났는지 소리가 안나오데. 답답해서 혼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