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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품업 "불황속 호황"… 불꽃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대부분의 업종들이 경기부진에 울상이지만 「불황속의 호황」을 누려온 유아용품업계는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 업체간의 경쟁이 전국시대를 방불케하고 있다.
지난79년 아가방이 처음 유아용품 전문업체 시대를 연 뒤 매년 시장규모가 연평균 15∼40%씩 성장, 지난해는 3천5백억시장으로 커졌고 올해도 2O%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가방·베비라·압소바·해피랜드·꼬까방·모닝베베·베비또 등 유아용품전문업체가 2O여개로 늘어나고 남대문시장 등 기존의 주요공급원이었던 재래시장의 영세업체까지 가세, 총50여업체가 난립하는 양상까지 띠고 있다.
의류경기가 부진해지면서 또 최근에는 대형의류업체들까지 잇따라 유아복시장에 참여해 지난해는 쌍방울이 앙떼떼, 헌트가 헌트베베로 들어왔고 올해도 2∼3개 업체의 추가진출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가방·베비라·압소바 등 선발업체들과 해피랜드·유베라·모아방 등 후발업체들은 임산유아교실·미아찾아주기운동 등 각종 고객유치행사를 개최하는 등「공성」과 「수성」의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국에 4백30여개의 직영·체인점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체인점 15곳을 보유, 지난해 7백80억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수위를 고수하고 있는 아가방은 연간 1천가지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전략」을 펴는 한편 2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걸혼기념일까지 챙기는등 고객관리를 강화했다.
업계 2위를 지키고 있는 베비라도 2백만달러수준에 불과한 수출을 늘리기 위해 지난10일 미국뉴욕에 현지법인을 세웠으며, 전국의 7백개 매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의뢰받는 제품수리· 교환등 서비스기간을 현재의 10일에서 7일로 단축키로 했다.
지난9O년 창업한 해피랜드는 처음부터 프랜차이즈식 다점포전략에 나서 불과3년만에 전국에 5백개의 직영·체인점을 갖췄고 작년부터는 「해피랜드 부부만세」등 고객유치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전략에 나서 3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꼬까방·모닝베베등 후발업체들도 창업2∼3년만에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급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경쟁열기에 이탈리아의 「미쏘니」, 일본의 「베베」, 미국의 「오시코시」등 외제유아복들과 피에르가르댕 등 유명브랜드들도 늘고있어 유아업계의 경쟁은 「국제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같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장 타격을 입고있는 곳은 지난 80년대까지는 그나마 싼 가격으로 버텨 전체시장의 50%를 차지해왔던 재래시장으로 내년에는 40%까지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업체난립과 경기부진으로 전문업체들의 호황도 한계에 달해 지난해는 골든베어 등 5개 전문업체가 도산했고, 올해는 아가방 등 대형전문업체들이 지금까지 않았던 할인판매를 실시하는 등 시장개편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유아복에는 경쟁력이 있지만 젖꼭지·보행기 등 수유·발육기구와 아기침대·치아훈련기 등 유아보조용품들은 경쟁력이 약해 외국상품의 시장침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앞날이 밝은것만은 아니다. < 오장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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