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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입기 10년째 무용가 박명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사십줄로 접어든 무용가 박명숙씨(42)는 이제 갓 스물이 된 대학생 딸과 옷을 같이 입는다. 벌써 10년 가까이 함께 옷을 입어온 이들 모녀는, 그래서인지 외모와 분위기에서도 많이 흡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경희대에서 현대무용을 가르치는 엄마와 이화여대에서 역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딸은「춤」을 통해서 뿐 아니라「같이 옷입기」를 실천함으로써 20년이 넘는 세대차를 극복하고 있는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들이 즐겨입는 옷은 정장도, 요즘 유행하는 미니스커트도 아니다. 그저 입어서 편안한 느낌을 주는 헐렁한 셔츠와 발목까지 오는 롱스커트, 시골 아낙네를 연상케 하는 몸빼에 가까운 바지와 청바지, 그리고 니트등을 서로 잘 맞춰 입을뿐이다. 이들은 결코 빨강색이나 베이지등의 옷을 입는 법이 없다. 한여름 복중이나 한겨울에도 한결같이 흰색·검정색·회색 등 무채색옷만을 즐겨 입는다.
중학교때부터 엄마옷을 입어왔다는 유희주양은『어릴적에는 소매나 바지단을 둘둘 접어 엄마옷을 입었고 지금은 셔츠며 바지며 할 것 없이 모두 깡똥해진 엄마옷을 입는다』고 말한다. 엄마가 새 옷을 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이런 엄마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엄마옷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딸에게까지 고집스레 함께 옷입기를 강요해온 박씨의 독특한 옷입기는 현대무용가라는 그의 직업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공연·국제회의등 해외나들이가 잦은 박씨에겐 여행시 짐을 줄이면서도 각기 다른 느낌의 옷을 입어야하는 두 가지 문제가 늘 고민거리였다고 한다.『한벌로도 두벌이상의 효과를 내는 옷,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옷, 갈아입기 편한 옷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옷입는 패턴이 굳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박씨는 절대로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다. 맘에 들지 않는 옷은 절대로 사지 않는다. 또 옷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는다. 단골 옷집을 이용하거나 외국여행시 맘에 드는 옷을 그때그때 사는 정도다. 비싼옷도 아니고 한번 옷을 사면 10년이상 입을 정도로 유행과는 무관한 그이지만,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옷 잘 입는 여자로 박씨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88년에는 에스모드가 주최한「문화인 베스트드레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비결을 박씨는『모자·벨트·스카프 등 소품을 이용하면 같은 옷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며『헐렁한 니트도 코디네이선을 잘하면 훌륭한 정장이 된다』고 말한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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