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암스테르담서 만난 ‘유럽 영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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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뤼멜의 여자친구 질 나이만(20·대학생). 부츠에 청바지와 셔츠를 즐겨 입는다

‘유러피언 스타일’이란 뭘까. 흔히 유럽 스타일이란 ‘각자 개성이 넘치는 스타일’로 통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구체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파리·밀라노 같은 유명 패션쇼가 열리는 도시의 스타일이 유럽 패션을 대변할까. 이것으로도 불충분하다. 유럽연합(EU)에만 20개가 넘는 나라가 있고 사람마다 옷 입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개성 넘치는 멀티 브랜드 매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고, 벨기에 앤트워프는 크리스 반 아셰·앤 드뮐뮈스터·드리스 반 노튼 같은 유명 디자이너를 배출해 주목받고 있다.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독일 베를린은 연간 10만 명 이상이 찾는 캐주얼 박람회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암스테르담 거리를 헤매며 ‘지금, 여기’ 유럽의 멋쟁이를 찾아냈다. ‘오늘의 유러피언 스타일’ 현장 리포트다.

 
 #멋쟁이=청바지+부츠

 스무 살의 질 나이만(20)은 암스테르담 패션학교(HvA)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다. 패션거리로 유명한 PC 호프트스트라트에서 만난 그는 흰색 셔츠에 변색(워싱)하지 않은 청바지 차림이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쇼핑을 나왔다는 그는 “부츠는 청바지에 딱 맞는 아이템”이라며 “유럽 어디서든 계절에 관계 없이 부츠를 많이 신는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암스테르담 젊은이는 남녀 가릴 것 없이 부츠를 애용했다. 대개의 남자들은 발목 길이의 부츠를, 여성들은 정강이를 덮는 부츠를 즐겨 신었다. 미니스커트에 긴 부츠, 오토바이 탈 때 부츠처럼 정해진 스타일이거나 겨울에만 반짝 인기를 끄는 계절 아이템인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패션학도 나이만은 자신만의 스타일링 팁을 공개했다. “여름인 만큼 셔츠의 앞 단추 몇 개를 풀면 훨씬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류 매장서 새로 산 셔츠를 선보일 때도 앞섶을 살짝 풀어헤치는 걸 잊지 않았다.

 의류매장 점원인 브릿 슈어(19)는 또 다른 패션 코드를 소화했다.

검정색 원피스와 속에 받쳐 입은 검정색 레깅스에 잘록한 청재킷을 조화시킨 것. 굽 있는 샌들을 신은 그는 “‘청바지+티셔츠’ 차림도 좋지만 우아한 원피스와 활동적으로 보이는 레깅스, 귀여운 재킷을 섞어 입는 것도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방금 산 셔츠를 입고 암스테르담 시내를 걷는 톰 반 드뤼멜(25·회사원).

 #셔츠냐 티셔츠냐, 그것이 문제

 정보기술(IT)회사에 다니는 톰 반 드뤼멜(25)은 청바지만 서른 벌이 넘는다. 그의 여자 친구 나이만은 “나보다 더 멋쟁이”라며 웃었다. 드뤼멜은 “유럽 남자들도 전엔 ‘남자가 무슨… ’이라며 멋 내기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남자가 더 패션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그가 요약한 요즘 젊은이의 스타일은 이렇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꼭 쇼핑하러 나온다. 셔츠를 입어 고상하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을 살릴 것이냐, 아니면 티셔츠로 편안하게 갈 것이냐만 선택하면 된다.”
 드뤼멜은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나왔지만 쇼핑이 끝난 다음엔 체크 무늬가 곁들여진 흰색 셔츠로 분위기를 180도 바꾸기도 했다. 같은 청바지 차림에서 상의만 바꿔 입어도 변신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말을 그 자리에서 실현해 보였다.

 암스테르담의 명문인 델프트 공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메노 엥헬(22)은 체크무늬 셔츠와 밝은 색 청바지에 운동화로 멋을 냈다. 패션에 무신경한 듯했지만 ‘옷차림에 맞는 가방을 골라보라’는 기자의 주문에 상의 셔츠 색과 비슷한 색상을 고르는 센스를 보여줬다. 그는 “패션의 핵심은 결국 서로 다른 아이템을 얼마나 잘 어울리게 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강승민 기자, 사진=힐피거 데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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