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뤼멜의 여자친구 질 나이만(20·대학생). 부츠에 청바지와 셔츠를 즐겨 입는다
#멋쟁이=청바지+부츠
스무 살의 질 나이만(20)은 암스테르담 패션학교(HvA)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다. 패션거리로 유명한 PC 호프트스트라트에서 만난 그는 흰색 셔츠에 변색(워싱)하지 않은 청바지 차림이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쇼핑을 나왔다는 그는 “부츠는 청바지에 딱 맞는 아이템”이라며 “유럽 어디서든 계절에 관계 없이 부츠를 많이 신는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암스테르담 젊은이는 남녀 가릴 것 없이 부츠를 애용했다. 대개의 남자들은 발목 길이의 부츠를, 여성들은 정강이를 덮는 부츠를 즐겨 신었다. 미니스커트에 긴 부츠, 오토바이 탈 때 부츠처럼 정해진 스타일이거나 겨울에만 반짝 인기를 끄는 계절 아이템인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패션학도 나이만은 자신만의 스타일링 팁을 공개했다. “여름인 만큼 셔츠의 앞 단추 몇 개를 풀면 훨씬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류 매장서 새로 산 셔츠를 선보일 때도 앞섶을 살짝 풀어헤치는 걸 잊지 않았다.
의류매장 점원인 브릿 슈어(19)는 또 다른 패션 코드를 소화했다.
검정색 원피스와 속에 받쳐 입은 검정색 레깅스에 잘록한 청재킷을 조화시킨 것. 굽 있는 샌들을 신은 그는 “‘청바지+티셔츠’ 차림도 좋지만 우아한 원피스와 활동적으로 보이는 레깅스, 귀여운 재킷을 섞어 입는 것도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방금 산 셔츠를 입고 암스테르담 시내를 걷는 톰 반 드뤼멜(25·회사원).
정보기술(IT)회사에 다니는 톰 반 드뤼멜(25)은 청바지만 서른 벌이 넘는다. 그의 여자 친구 나이만은 “나보다 더 멋쟁이”라며 웃었다. 드뤼멜은 “유럽 남자들도 전엔 ‘남자가 무슨… ’이라며 멋 내기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남자가 더 패션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그가 요약한 요즘 젊은이의 스타일은 이렇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꼭 쇼핑하러 나온다. 셔츠를 입어 고상하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을 살릴 것이냐, 아니면 티셔츠로 편안하게 갈 것이냐만 선택하면 된다.”
드뤼멜은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나왔지만 쇼핑이 끝난 다음엔 체크 무늬가 곁들여진 흰색 셔츠로 분위기를 180도 바꾸기도 했다. 같은 청바지 차림에서 상의만 바꿔 입어도 변신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말을 그 자리에서 실현해 보였다.
암스테르담의 명문인 델프트 공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메노 엥헬(22)은 체크무늬 셔츠와 밝은 색 청바지에 운동화로 멋을 냈다. 패션에 무신경한 듯했지만 ‘옷차림에 맞는 가방을 골라보라’는 기자의 주문에 상의 셔츠 색과 비슷한 색상을 고르는 센스를 보여줬다. 그는 “패션의 핵심은 결국 서로 다른 아이템을 얼마나 잘 어울리게 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강승민 기자, 사진=힐피거 데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