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스페인/집권당 내분­부패척결 민심수습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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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년 통치… 불 사회당과 같은길 우려
펠리페 곤잘레스 스페인총리가 12일 의회해산과 조기총선 계획을 발표,올해로 집권 11년째인 스페인 사회당도 지난번 총선에서 참패한 프랑스 사회당과 같은 운명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곤잘레스총리가 오는 10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6월에 실시키로 한 것은 집권당 내분과 부패로 들끓는 민심수습에 일차적 목적이 있다.
스페인 사회당은 최근 이른바 「필레사 스캔들」이라는 불법 정치자금 조달사건을 둘러싸고 개혁파와 보수파로 나뉘어 심한 내분을 빚어왔다.
곤잘레스총리가 이끄는 개혁파는 스캔들에 대한 자귀론을 내세우며 당내 서열 3위인 호세 마리아 베네가스 조직담당 서기의 사퇴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베네가스서기는 당내 보수파를 등에 업고 『여론에 굴복,없는 죄를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맞서왔다. 결국 그에 대한 인책은 지난 10일 소집된 당집행위에 부쳐졌고,베네가스서기는 그대로 둔채 하위당직자 2명을 해임하는 선에서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다.
이에따라 사회당은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보수우파 정당인 대중당의 로드리고 라토원내총무는 『곤잘레스총리가 사회당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이익을 희생시켰다』며 화살을 곤잘레스총리에 돌리고 있다.
곤잘레스총리는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기총선이란 카드를 택했다. 정국이 총선정국으로 전환하면 정치자금 스캔들 파문도 수그러질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지난 91년 5월 스페인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필레사스캔들」은 프랑스 사회당이 연루됐던 「위르바 스캔들」과 흡사한 집권당의 정치자금 조달비리를 가리킨다.
필레사는 바르셀로나의 한 유령 컨설팅회사 이름으로 80년대후반 사회당의 정치자금 조달창구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가짜 영수증 발행을 통해 정상거래로 위장하는 수법으로 스페인내 70개 기업으로부터 약1백억페세타(한화 약7백억원)를 거둬 사회당에 정치자금으로 제공해왔다. 현재 스페인 경제는 올 성장률이 0.9%로 예상되는 경기침체와 19%를 웃도는 만성적인 실업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사회당의 정치자금 비리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82년 이후 연속 3기 집권에 성공한 사회당의 인기는 이로인해 곤두박질을 거듭,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중당과 대등한 정도까지 떨어져 재집권에 적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곤잘레스총리 개인은 국민들 사이에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사회당의 총선전략 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은 사회당의 결점을 총리 개인의 인기로 메우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사회당이 프랑스 사회당의 전철을 밟게될지 여부는 결국 곤잘레스총리 개인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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