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대기록 의식 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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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독장난명(독장난명)」.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대기록 작성에는 뛰어난 선수와 함께 변죽을 울려주는 허수아비역의 조연(?)도 있어야 한다.
해태의 조계현이 9회2사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한 타자만 잡으면 대기록을 작성하는 순간에 마음을 비우지 않아 아깝게 화를 자초했다.
「방심인가 자만인가.」
조는 타석에 들어선 송구홍에게 볼을 던졌다.
찰나의 그순간에 노타임으로 가운데 직구를 던졌다. 마치 서둘러 경기를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결과는 투수앞을 스치는 중전안타.
2루수가 몸을 날려보았으나 볼과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송이 어눌한 조연역할을 거부했다기보다는 조가 기록을 의식해 실투했다고 보는게 정확하다.
명의(명의)는 위험한 큰 수술일 때나 조그마한 상처를 다룰 때에도 마음씀씀이가 조금도 다를바가 없다고 한다.
곧 명경지심(명경지심)이 바로 그것이다. 「노히트 노런」(프로출범후6개)은 투수에게 있어 평생 한번 이룩할까 말까한 대기록이다.
따라서 기량도 기량이거니와 운도 따라야 하며 몸을 던지며 타구를 막아주는 야수의 협조도 있어야 가능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흔들림없는 투수의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조는 실패로써 증명한 셈이다. <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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