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비디오방」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대학생에게는 강의시간 사이의 비는 시간, 일반인도 약속시간까지 1∼2시간이 남아 어쩔수 없이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때로 있다.
이럴때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수 있는 공간이 생겨 대학생· 직장인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영화를 자유로이 감상할수 있는 비디오 감상실, 이른바 「비디오방」이 그것. 부산·대구·광주·전주·이리등지에서 1년여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비디오방이 서울에도 상륙, 대학가를 중심으로 선보이면서 「보면서 즐기는데」 익숙한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5일 문을 연이래 고객이 계속 늘어 요즘은 하루 1백여명이 다녀간다는 「이화영상비디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곳에서는 친구 혹은 연인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은 10여명의 젊은이들이 영화감상에 여념이 없었다.
대학 근처라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하려는 대학생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이곳은 만평의 면적에 카페식으로 칸막이를 만들고 좌석마다 각기 모니터와 VCR를 실치한 작은 「비디오감상실」. 입구에는 여느 비디오대여점에서나 흔히 볼수있는 비디오테이프가 나란히 꽂혀 있어 고객이 원하는 영화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침 이곳을 찾은 문영희양(20)은 『1주일에 한번가량 비디오방을 이용한다』며 『영화관보다 값이 쌀 뿐만 아니라 앞사람의 머리에 가려 스크린이 안보이는등 불편이 없고, 좋아하는 사람끼리만 볼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혼자 비디오 1편을 볼 경우 드는 비용은 2천원, 사람수가 늘 때마다 1천원이 추가된다.
신촌·청량리·잠실등지에 이미 5∼6곳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비디오방 체인점 사업본부까지 생겨나 체인점 모집에 나서는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비디오방이 노래방만큼이나 유망한 신종사업이 될것이란 판단에서다. 「월드비디오 시네마」라는 상호를 내걸고 체인점을 모집중인 (주)한국팩스쿨(대표 문헌일)은 모니터·VCR·스피커등 비디오방에 필요한 설비를 설치해주는 조건으로 이달말께 서울강남·강동및 인천·구리등지 6∼7곳에 체인점을 낼 계획이다.
이들은 비디오방이 외국에서는 이미 성업중에 있으며 노래방이 오후 9시이후 자정까지 매상을 올릴 수 있는데 비해 비디오방은 낮시간에도 꾸준히 매상을 올릴 수 있어 수익성있는 유망사업이라며 사업주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방 영업허가와 허가기준등을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질 소지가 적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디오방이 신종업이어서 영업을 허가 또는 규제할 관계법규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영업중인 비디오방은 모두 비디오 대여업으로 영업허가를 내고있어 시력보호를 위한 모니터와 좌석간의 최소거리 규정, 방음·실내온도·환기등 시설에 대한 기준등이 없어 당국의 지도·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더구나 이웃 일본의 예와같이 비디오방이 포르노등 음란 비디오를 상영하는 퇴폐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시민의 쾌적한 휴식·여가 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당국의 실효성있는 지도·단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