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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반대속 헌법개정없이 추진/독군 나토역외파병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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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콜정부의 보수우경 가속화 전망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8일 내린 독일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외파병 허용결정은 제2차대전 이후 사상 처음있는 일로 앞으로 독일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독일헌재의 이번 판결은 그러나 자민·사민당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잠정적 조치일뿐 독일군 전투부대의 나토외 지역에 대한 파병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
독일정부로서는 헌법개정없이 각의의 결정으로 이번 작전에 독일군을 참가시켜 전투부대의 나토 역외파병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판결로 그간 공중조기경보 및 통제기(AWACS)의 나토작전 참여문제 때문에 야기된 독일의 헌 연정 붕괴위험은 일단 고비를 넘겼다.
통일후 변화된 국제질서속에서 독일의 새로운 위치정립을 모색하고 있는 헬무트 콜 총리의 기민당은 전투부대 해외파병을 위한 기본법(헌법) 개정을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개정문제는 야당인 사민당의 반대로 아직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일단 지난해 캄보디아주둔 유엔평화유지군에 전투병력아닌 위생병을 파견,전후 최초로 독일군의 해외파병을 성사시킨바 있다.
독일정부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독일 AWACS기의 나토작전 참가를 추진했다. 특히 나토 AWACS편대 사령관이 독일인뿐만 아니라 조종사의 40%가 독일 공군소속이어서 독일이 참가하지 않으면 작전 자체가 실행될 수 없기 때문에 나토동맹국들도 독일군 참여를 갈망해왔다.
그러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은 헌법개정없이 독일 공군 AWACS기가 나토 역외작전에 참가하는 것은 위헌이며 정부가 AWACS기의 작전참가를 강행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가에선 콜정권붕괴,조기총선실시 등 전망이 나도는 등 긴장이 감돌았고,8일 밤 헌재가 가처분신청 기각 결정을 내리자 자민당의 거취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자민당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발표,연정붕괴 위기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독일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국제 정치적 감각이 있는 판결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으나,독일의 최근 보수우경화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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